
방영 내내 월화극 최강자로 군림했던 ‘쌈, 마이웨이’가 해피엔딩을 맞았다. 시청률도 결말처럼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 행복한 마무리가 ‘쌈, 마이웨이’ 다웠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즉답하기 힘들다. 과도하게 착했고, 지나치게 급했다.
12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된 KBS2 ‘쌈, 마이웨이’의 시청률은 13.8%를 기록했다(전국 기준).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한 수치다. 8주 동안 이어져 온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마지막회까지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쌈, 마이웨이’ 최종회의 전개는 몹시도 급박했다. 지난 15회 동안 공들여 쌓아 온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떡밥’들이 차례로 회수됐지만, 1회 분량으로는 마무리하기가 버거워 보였다.
먼저 6년 연애 끝에 이별하게 된 김주만(안재홍 분)과 백설희(송하윤 분) 커플. 앞서 두 사람은 김주만이 인턴 장예진(표예진 분)에게 흔들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헤어지게 됐다.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던 여자친구 백설희는 더 이상 남자친구만을 바라보지 않기로 했고, 김주만은 그제야 백설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재결합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김주만과 백설희가 헤어진 후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누군가가 매달리고, 누군가는 뿌리치는 것의 반복이었다. 마지막회도 마찬가지였다. 김주만은 백설희에게 도시락을 싸 주거나 형편 없는 운전 솜씨로 카풀을 제안했고, 전부 거절당했다. 마지막회가 절반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김주만이 61일 동안 이를 계속해 왔다는 것이 내레이션으로 흘러 나왔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어떤 계기도 없이 재결합, 고동만(박서준 분)과 최애라(김지원 분)에게 “우리 사랑하게 해 주라”라고 말했다. 벙찐 고동만과 최애라의 표정이 그들만의 것은 아닐터다.
최애라가 황복희(진희경 분)의 정체를 알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급하다. 우연히 황복희의 집에서 자신의 물건과 사진을 발견한 최애라는 당혹감과 배신감에 눈물을 쏟았다. 자신을 버렸다고 믿은 엄마가 몰래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최애라는 황복희가 남긴 휴대폰 속에 자신의 어릴적 사진들이 시간순으로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금세 마음을 푼다. 그러더니 “이제 엄마라고 불러야 되나?”라며 짐짓 천연덕스럽게 굴기까지 한다. 아무리 최애라 캐릭터라지만 단 10분 만에 ‘나에게도 엄마가 생겼다’는 말이 나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애라와 이별한 고동만을 각성시키는 장치가 갑자기 두 사람의 집 근처로 이사온 전 여자친구 박혜란(이엘리야 분)이라는 것도 다소 억지스러웠다. 박혜란이 늘 고동만을 바라보고 있던 최애라의 이야기를 느닷없이 꺼내는 대목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견우(차태현 분)가 그녀(전지현 분)의 소개팅남에게 그녀의 모든 것을 아련하게 읊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도 강렬한 메시지와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이끌고 온 것 치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들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유 따윈 필요 없이 와닿는 말도 있는 법. 과정이 어찌 됐든 자신이 있는 곳을 메이저로 만들어 낸 청춘들이 시리도록 눈부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