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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서진, 지금이 ‘완벽한’ 변화의 시기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은 40년 지기 친구들이 저녁식사 시간 동안 핸드폰에 오는 모든 전화ㆍ문자ㆍ카톡ㆍ메일 등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가까운 사이에서 ‘비밀’과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관객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배우 이서진이 극중 맡은 준모 캐릭터는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이자, 이제 막 결혼을 한 사랑꾼 남편이다. 하지만 현재 잘 나가는 CEO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는 점에서 친구들에게 은근한 무시를 받고, 바람둥이 기질마저 가지고 있어 주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사업가 면모가 있다는 점과 여심을 공략하는 훈훈한 미소를 장착했다는 점에서는 평소의 이서진을 떠올리게 한다.

“내게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등에서 보여준 사업가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준모는 그동안 모든 사업이 다 망했다가 이제 잘 된 거다. 그리고 이 친구는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걸로 봤다. 그쪽으로만 타고났는데 뒤처리도 잘 못한다. 가장 큰 사고를 치기도 한다. 이야기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준모가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심각한 걸 안 좋아하는 건 나와 비슷하다. 하지만 역할이 쓰레기이다 보니까(웃음) 내가 완벽하게 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어려웠다고 말하고 싶다.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웃음)”

‘완벽한 타인’에는 총 4명의 남자 캐릭터와 2명의 여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멀티캐스팅이기에 특정 누군가가 주인공이라고 할 것도 없다. 많은 캐릭터 중 이서진이 준모 역할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연기는 수월했다. 고민할 부분이 거의 없어서 편했다. 이재규 감독이 준모 캐릭터를 내게 맡긴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 감독을 만났을 때 자기가 연출을 맡는 작품이 있다며 대본을 주더라. 그땐 어떤 역할인지도 얘기 안 해주고 딴소리만 했다.(웃음) 집에 가서 읽어보니 내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가더라. 가장 ‘센’ 인물은 영배(윤경호 분)인데, 나에게 맡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역할은 반전 외모를 가진 사람이 어울릴 것 같았다.”

이서진에게 대본을 준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다수의 ‘폐인’을 양성한 흥행 드라마로 연출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다모’를 통해 함께 ‘스타’로 발돋움한 이재규 감독과 이서진이 이번 작품으로 15년만에 재회한 것이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것은 감독 영향이 제일 크긴 크다. 예전 인연이 있으니까. 원래 이재규 감독의 스타일도 좋아하고, 잘 할 거라는 것도 알았다. ‘다모’ 때는 이재규 감독도 첫 작품이었고, 나도 어려서 부딪친 게 많았다. 사전제작 작품이었는데, 당시엔 이 사람의 실력을 모르기 때문에 이 대본을 제대로 찍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방송 후 잘 되는 걸 보면서 관계가 좋아졌다.(웃음)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더 많아진 것 같더라. 머릿속에 원하는 게 확고하게 있다. 사실 이 영화가 연출의 힘이 큰 영화가 아니냐. 그때 쌓인 신뢰로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된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보통 영화들이 여러 날을 압축해서 2시간으로 만드는 것과 달리, ‘완벽한 타인’은 저녁식사 때의 이야기를 2시간에 담아냈다. 한정된 시공간은 배우들에게 제약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유해진ㆍ조진웅을 비롯해 이서진까지 모든 배우들이 애드리브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리딩 때부터 걱정이 많았다. 이렇게 한 사람씩 대사를 하면 재미없어서 어떻게 하나 싶었다. 하지만 다들 잘 하는 배우라서 그런지 실제 음식을 갖다놓고 하니까 서로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더라. 배우들은 대사 사이에 텀이 생기는 걸 못 견뎌 한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틈을 안 주려는 게 보이니까 그게 재밌었다. 하나가 걸리면 다 물고 들어온다. 예를 들어 조진웅이 물곰탕을 들고 오는 신에선 ‘맛있겠다’라고 하는 정도의 대사밖에 없었는데, 실제 그 장면을 찍을 땐 다들 난리였다.(웃음) 평소 나는 비집고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선 안 할 수 없었다. 내가 얘기하고 있으면 저쪽에선 술 따르고 마시고 있다.(웃음) 대사뿐만 아니라 연기적으로 계속 애드리브로 하는 게 많았다.”

저녁식사 시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시종일관 음식을 먹으면서 대사를 해야 했다. 실제 이 부분은 약 1달간 촬영한 것으로, 한 번 음식에 손을 대면 하루 종일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는 웃지못할 비하인드가 있다.

“정말 미친다.(웃음) 처음엔 맛있었는데, 앵글을 바꿔서 여러 번 찍기 때문에 자신의 신이 아니더라도 옆 사람 카메라에 걸리면 같은 음식을 또 먹어야 한다. 그래서 다들 상대방에게 ‘너는 왜 그렇게 안 먹어?’란 얘기를 많이 했다.(웃음) 하루는 주방에 있는 닭강정을 잘못 건드려서 거의 한통을 먹기도 했다. 유해진도 실수로 밥을 펐다가 후회하는 걸 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등장인물 모두 커플로 등장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커플은 신혼부부인 이서진과 송하윤이다. 그동안 ‘다모’ ‘불새’ ‘연인’ ‘이산’부터 최근 ‘결혼계약’ ‘참 좋은 시절’까지, 이서진은 오랫동안 멜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전히 멜로가 된다는 건 배우로서 큰 강점이지만, 이서진은 멜로에 큰 욕심이 없다고 밝혔다.

“송하윤과 하는 모든 오글거리는 행동은 실제로 내가 싫어하는 것이다.(웃음) 하윤이가 잘해줘서 잘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멜로는 안 하고 싶다. ‘난 아직도 30대 역할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멜로는 한참 어린 여배우와 연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는데, 욕먹기도 싫다.”

이서진은 지난 1999년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해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한다. 2015년 ‘오늘의 연애’, 주연작으로는 2005년 ‘무영검’ 이후 오랜만에 영화를 통해 대중을 만나게 된 그는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계속 반복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연기”가 아닌 “변화의 시기”를 맞고 싶다고 말하는 이서진의 새로운 연기 인생에 응원을 보낸다.

“배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이 변화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번 ‘완벽한 타인’에서 준모 역할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도전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전이라면 이런 역할을 굳이 안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생각이 변했고, 배우로서 이런 역할, 저런 역할 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작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다. 가족 드라마나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 따뜻한 것보다 센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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