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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배우는 감정을 들키는 직업"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많은 사람이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감정 이입이 돼서 끝까지 집중하려면 계속 조금씩 캐릭터의 감정들을 들켜줘야 해요. 그런데 주관적으로 연기하면 관객에게 전달이 되지 않고, 관객과의 소통이 안 되죠. 그런 점에서 배우는 계속 관객들에게 감정을 들켜야 합니다."

배우 이병헌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나 자신의 연기 지론을 밝혔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이병헌의 연기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14분 동안 관객들에게 '2인자' 김규평(이병헌)의 감정을 끊임없이 들킨다.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방대한 원작 중 1979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하기 40일 전부터 시작된다.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선 '김규평'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김규평은 실존했던 인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모델로 하고 있다. 앞서 '광해'의 광해, '남한산성'의 최명길이나 김원봉을 모델로 하는 '밀정'의 정채산 등 실존 인물들을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김재규는 이병헌에게 또 다른 의미였다.

"시나리오에 담긴 섬세한 심리, 인물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다가와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하지만 근현대사 속 큰 사건의 중심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행동과 말은 이미 다 정해져 있어서 그 틀 안에서 연기해야 했죠. 개인적인 생각이나 애브리브, 감정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더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그대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이병헌은 '김규평' 캐릭터의 완성을 위해 실제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사건과 관련됐던 여러 인물을 만났다. 머리를 넘기는 습관, 영어 발음 등 디테일한 부분도 채웠다. 그렇게 이병헌이 조각한 '김규평'이란 인물은, 세밀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이병헌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말이 적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누르는 캐릭터였지만 담뱃갑을 구기면서 화를 억누르는 장면이나 곽상천(이희준) 실장과 싸우는 장면 등에서 다혈질적인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클로즈업이 큰 역할을 했다. 자칫 관객들이 거북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김규평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다. 함께 출연한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은 이병헌만큼이나 멋진 연기로, 영화의 긴장감을 더했다. 이병헌 역시 동료 배우들에 대해 아낌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이성민 배우는 집무실 세트에 걸린 초상화부터 봤거든요. 아주 묘한 느낌이었어요. 하하. 분장한 모습을 보기 전이라 기대감이 컸는데, 실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연기에 큰 도움이 됐죠. 곽도원 배우는 당혹스럽게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배우예요. 찍을 때마다 감정을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마술사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내가 제대로 된 리액션을 할 수 없겠더라고요. 순발력을 요구하는 배우였습니다. 또 이희준 배우는 얄밉게 연기를 잘했죠. 예측 못 한 상대방의 연기가 현장에서 굉장한 자극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이희준의 연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남산의 부장들'이 다루고 있는 10.26 사건은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다.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항간에선 '남산의 부장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김재규란 인물의 재발견을 노렸다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이병헌은 이런 의심을 일축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하려 하고, 누군가를 영웅화시키려 했다면 출연을 고사했을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사건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서, 그때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서로 간의 관계, 그 심리가 어떨지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것이 '남산의 부장들'의 주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를 너무 뻔히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이 사람들의 감정을 토대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10.26을 다뤘던 다른 콘텐츠와 차별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

그의 말대로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 간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행동의 이유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는다. 김규평이 박 대통령을 저격한 이유도, 김규평의 마지막 선택도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우리 영화가 마치 역사의 정답처럼 인물들의 행동 이유를 규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역사적으로 미스터리한 부분들은 미스터리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화가 끝나도 계속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병헌의 호연에 힘입어 '남산의 부장들'은 경쟁작들을 제치고 설 연휴 가장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개봉 6일째인 지난 27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4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흥행은 모르겠어요. 제가 출연한 어떤 영화든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하하."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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