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없는 온기를 가져다주는 불. 그윽한 열기 속에 둘러앉은 이들의 희로애락이 녹아 흐르고 활활 타오르는 불로 익힌 추억의 맛이 모여 완성한 따뜻한 한 끼를 만난다.
이제는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켜지는 불이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을 들인 자만이 얻어내고 지킬 수 있었던 게 바로 ‘불씨’였다. 한겨울 아궁이는 따뜻한 온돌 바닥을 만드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솥을 걸어 한 식구 먹일 음식을 하고, 뭉근히 남은 잔불로는 발효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다 타버린 줄 안 그 시점에서야 또 다른 인생이 시작을 시작하는 숯, 직접 해온 장작을 넣은 아궁이와 잔불을 가득 담은 화로, 그리고 추억 속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연탄까지 이러한 선조들의 지혜는 ‘불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간직되어왔다.

숯 꺼내는 날이면 연기가 자욱해지는 백곡면.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깊숙한 곳에 있는 숯을 꺼내는 일은 힘이 센 아들 규원 씨가, 꺼낸 숯을 숯 통에 집어넣는 일은 아버지 규종 씨가 담당한다. 호흡이 척척 맞는 남편과 아들을 안쓰러운 눈길로 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아내 부월 씨!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일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내려오겠다는 아들을 처음에는 극구 반대했었다. 하지만 아들이 이곳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고마운 남편과 아들을 위해 오늘도 부월 씨는 숯불 위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이들의 애환을 담은 기억이자 생필품이었던 연탄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아직도 연탄의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며 전하는 이들이 있다. 상주의 한 연탄 공장에서는 누나 정미향 씨와 동생 정성진 씨가 각각 부사장과 상무로 일하며 연탄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요즘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연탄뿐만 아니라 ‘봉사탄’이라는 이름으로 연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도 한다는데. 따뜻한 기억을 간직한 연탄을 만드는 연탄 공장 사람들에게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연탄의 뭉근한 맛을 배운다.


삼대가 함께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오랜만에 땔감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매일 직접 땔감을 구하며 고생하던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됐지만 그래도 용기 씨는 어렸을 적 느낀 땔감의 소중함을 손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앞장선다. 직접 장만한 땔감의 용도는 바로 아내가 사랑하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위한 것이라는데. 집은 다시 지어도 아궁이만은 허물어 버릴 수 없었다는 아내 계연 씨! 그녀에게 아궁이는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 계연 씨는 소중한 아궁이와 함께 여덟 식구와 친척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녹일 비장의 음식을 준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