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더맨'이 또 나온다고? 이미 3편까지 나왔잖아. 그럼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4'인가?"
2012년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는 대중에게 꽤 익숙한 개념이 됐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 역시 '리부트'로 탄생한 히어로였다.
15일 개봉을 앞둔 MCU의 세 번째 '스파이더맨'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리부트'보다 더욱 파격적인 개념을 들고 왔다. 바로 다중 우주, '멀티버스(Multiverse)'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개봉 1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3부작과 2010년대 앤드류 가필드가 활약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었다. 예고편을 통해 루머는 사실로 밝혀졌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일렉트로, 리자드가 MCU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리부트' 이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악명을 떨쳤던 빌런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볼거리는 세 배가 됐다. 이들은 멀티버스를 통과하며 MCU의 색까지 입었다. 여기에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차원 문을 열고, 마법을 시전하고, 미러 디멘션까지 소환하니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은 솟구칠 수 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가슴까지 뜨겁게 한다. 피터 파커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함께 타노스와 싸웠던 전우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고등학생이다. MCU에 처음 등장했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때처럼 여전히 수다쟁이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꾐에 넘어갔던 순진한 구석도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영화에서도 피터 파커는 위기를 자초한다.
결국 '사고뭉치' 피터 파커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다. 그런 스파이더맨을 붙잡아주는 건 MJ(젠데이아), 네드(제이콥 베덜런), 또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들이다. 스파이더맨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장면은 관객들을 미소를 부른다. '삼파이더맨'과 빌런들의 대규모 전투는 '레전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눈을 뗄 수 없다. MCU의 피터 파커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스파이더맨' 영화와 코믹스 모든 콘텐츠를 관통하는 문장,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을 배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빌런들과 '삼파이더맨' 뿐만 아니라 20년 전 영화관에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즐긴 관객도, 10년 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의 이야기에 눈물 흘린 관객도 한자리에 모으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난 20년을 '멀티버스'로 엮었고, 향후 MCU에서 펼쳐질 '스파이더맨'의 이야기까지 기대하게 한다. '스파이더맨' 20년 역사의 마스터 피스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15일 개봉. 148분. 쿠키 영상 2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