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에서는 김영철 하차 후임 이만기가 골짜기마다 단단한 삶의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깃들어 있는 홍천의 길들을 걸어본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홍천의 대표적인 휴양시설 비발디파크. 다양한 레포츠 시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홍천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스윙’에 도전해 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만기가 동네한바퀴 시청자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 스카이스윙을 타고, 푸르른 홍천의 여름 전경을 굽어보며 동네한바퀴 홍천편의 문을 시원하게 연다.

홍천강 상류 지역인 서석면. 강줄기를 따라 걷다가, 성인 키의 두 배가 넘게 자란 푸른 작물을 발견하는데. 이 이국적인 풍경의 정체는 바로 맥주의 원료인 홉(hop)이다. 맥주 특유의 구수한 곡물 향과 쓴맛을 불어넣는 홉(hop)은 국내에서 1990년대 초만 해도 홍천 지역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었는데, 이후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연충흠 씨(59세)가 인근 야산에서 토종 홉 뿌리를 발견해 부단한 노력 끝에 재배와 증식에 성공했다. 농고 졸업 후, 늘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왔던 연충흠 씨는, 이 토종 홉을 ‘K-홉’으로 이름 붙여 홍천의 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작물로 키워가고 있다. 요즘은 한창 홉 채취 시기. 갓 딴 홉으로 만든 달콤 쌉싸름한 홉 식혜 한잔을 마시며 늘 새로운 농사에 도전하는 50년 경력 농사꾼, 연충흠씨 부부 이야기를 들어본다.

홍천에서 제일 큰 상설시장인 홍천 중앙시장 구경에 나선다. 홍천은 지금 찰옥수수가 한창이다. 시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올챙이국수’. 옥수수 전분으로 죽을 쑤어 구멍 뚫인 바가지로 걸러낸 면발에 양념간장을 비벼 먹는 올챙이국수는, 면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농지가 없고 척박해 옥수수 외에는 먹을 것이 마땅치 않던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많이 먹던 추억의 향토 음식이다. 시장 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올챙이국숫집에서 올챙이국수 한 그릇과 홍총떡(총대 모양을 닮아서 이름 붙은 메밀전병의 홍천식 이름)을 맛보고, 35년 세월 이 자리에서 올챙이국수를 만들어온 김춘옥 어머니(75세)의 굽이굽이 인생 사연을 곁들인다.

화촌면 백이동길.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걸어 오르다가 마당에 항아리가 가득한 한옥 한 채를 발견한다. 전라북도 김제 출신의 오석조, 윤현림 부부가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전통 장을 만들며 살아가는 곳이다. 요즘은 한창 지레장을 담그는 중인데, 지레장이란 메주를 빻아 동치미 국물이나 소금물에 넣고 버무려 따뜻한 곳에서 익히는 된장이다.
햇장을 담그기 전까지 먹기 위해 만드는 장으로, 새로운 된장을 먹기 전에 지레(미리) 담근다고 해서 '지레장'이라 불리며, 먹을 때는 총각김치, 동치미와 쇠고기 편육, 돼지고기 등을 넣고 찌개로 끓여 먹거나 약간 심심하게 쪄서 반찬으로 먹는다. 장 담글 때마다 딸네 집에 올라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김제 친정 어머니와, 그 솜씨를 그대로 전수받은 윤현림씨,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백이동골에 내려온 딸 영수 씨(34세)까지, 모녀 3대의 손으로 이어가는 구수한 전통 지레장을 맛본다.

홍천군 영귀미면. 이른 새벽, 동네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히는 가게가 있다. 바로 탈북민 강혜영 씨와 남편 황영성 씨가 함께 꾸려가는 손두부 집이다. 평안남도 숙천 출신의 혜영 씨는 13년 전 탈북해 안산에서 공장에 다니다 지금의 남편 영성 씨를 만났다. 노모를 모시고 사느라 그때까지 장가를 못 가고 있던 서른아홉 노총각 영성 씨는 50번 맞선에 번번이 퇴짜를 맞고 51번째 맞선에서 혜영 씨를 만나 노총각 딱지를 떼고 가정을 꾸렸다.
북에서는 부모님을 모시는 게 당연했기에, 혜영 씨는 효심 지극한 영성 씨가 더 믿음직스러웠고, 그래서 만난 지 14일 만에 부부가 되었단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탈북을 감행했을 만큼 용감했던 혜영 씨는, 북한에서는 집집마다 흔히 만들어 먹던 ‘두부’로 남편의 고향인 홍천에서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식당 문을 여는 것은 물론, 2천 평 남짓한 밭에 홍천 콩에 각종 채소까지 직접 농사를 짓어 최상의 식재료로 정직한 음식을 만든다. 늦게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남남북녀 강혜영, 황영성 씨 부부를 만나 맛깔스러운 고등어두부구이 한 상을 맛보고, 남한에 오기까지의 사연과 앞으로 그려가는 미래 등,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마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