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19일 방송되는 KBS1 '동네 한바퀴'에서는 천변만화한 서울의 강변 동네, 성동구로 떠난다.
서울숲은 조선시대 임금님의 사냥터이자 서울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이며 한때는 경마장이었던 곳으로, 이제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만기는 늦가을 정취가 그윽한 서울숲으로 향한다.
서울숲 5번 출구. 서울에서 지금 가장 사랑받는 골목, ‘서울숲 카페거리’로 이어진다. 붉은 벽돌의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은 빵과 쿠키,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들을 판매한다. 거리를 걷던 이만기는 유리창 너머로 바게트가 잔뜩 진열된 빵집을 발견한다.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프랑스 전통 바게트를 만드는 가게. 주인장 황석용 셰프는 바게트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왔단다. 그렇게 누구보다 바게트에 진심인 황 셰프는 하루 200개 넘는 바게트를 굽고 있다. 바게트 하나로 대한민국 제패를 꿈꾸는 청년 셰프의 당찬 포부를 들어본다.
금호동 금남시장으로 향한 이만기는 시장 모퉁이에서 반찬집 겸 보쌈을 파는 가게를 발견한다.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김경자 사장은 전남 벌교 출신으로 맛깔난 엄마 손맛을 자랑한다. 생활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식당을 전전하며 일하다, 처음 갖게 된 ‘내 가게’가 지금의 보쌈집. 가게를 인수하며 진 빚을 갚느라 꼬박 7년이나 걸렸단다. 인생의 쓴맛도, 매운맛도 꿋꿋하게 견뎌낸 금남시장 억척 엄마의 맛깔난 보쌈을 맛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인 ‘뚝도수원지 제1 정수장’. 1908년 서울 서대문 안과 용산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한 시설로, 우리나라 상수도 역사의 출발지이다. 현재는 정수장을 복원하고 재정비해 수도박물관으로 재탄생, 예전의 상수도 시설과 관련된 유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물이 귀했던 시절을 재현해놓은 공동수도 앞에서 어머니들을 만난다.
낡고 오래된 공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성수동 골목을 걷다 발견한 수제 버터 가게. 마치 비누처럼 생긴 수제 버터는, 해초, 피넛토피 등 달고 짠 기본 버터와 밤, 곶감 같은 제철 식재료를 넣어서 만든 시즌 메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주인장 원지 씨는 거의 모든 디저트에 쓰이지만, 조연급 재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버터를 보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빵에 어울리는 버터가 아니라, 버터에 어울리는 빵을 고르는 날이 오기 바라며 성수동에 입성한 원지 씨. 언젠가 버터도, 청년 사장도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날개를 펼칠 그날이 오길 함께 기대해본다.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단지, 성수동을 더 걸어보다 구두를 납품하러 가던 남자를 만난다. 50여 년 수제화 외길인생만 걸어왔다는 조영학 장인. 명동, 염천교, 성수동 등 여기저기 공장을 옮겨 다니며 수천 번의 못질 끝에 차린 첫 구두공장. 그러나 더 이상 구두를 선호하지 않는 시대. 수제화를 찾는 발길이 점점 줄어들면서 벗어나고자 했던 궁핍한 생활도, 20년 전 아내와 한 약속도 이루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데도 오직 수제화만을 고집하는 이유. 구두를 만드는 일이 천직인 장인에게 구두는 곧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이만기는 뉴타운으로 끊임없이 변모한 왕십리를 걸어본다. 왕십리역 뒤편으로 걸음을 잇다가, 카페처럼 꾸민 기름집을 발견한다. 터키산 생기름 압착기에 원적외선 로스팅 기계까지. 최신식 기계 설비를 갖춘 신상 기름집. 심상치 않은 이 가게는 2년 전, 모자가 함께 차린 기름집으로, 창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반려견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아들이 안타까웠던 어머니. 아들에게 기름집을 제안했는데. 그랬더니 이번엔 아들이 ‘기름 박사’가 되어버렸단다. 그저 깨를 짜서 팔면 된다고 생각한 어머니와 달리, 가게 벽면에 논문까지 붙여가며 석 달을 기름 연구에 몰두했다는데. 밤을 새워서 논문을 읽는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단다. 기름집을 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모자. 기름보다 진한 정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모자는 오늘도 깨 볶으며 행복을 그려 나간다.
◆셰프 부부의 불꽃 승부,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
옥수동 언덕을 내려오다 주택가 골목 사이, 사찰을 발견한다. 스님들의 전통 수행도량으로, 7개의 암자로 이뤄진 비구니 사찰, 미타사(彌陀寺). 888년 신라 진성여왕 2년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도심 속 마주한 사찰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간다. 미타사를 지나, 한 식당 앞에서 멈춘 이만기. 한식과 일식이 조화를 이루는 퓨전 식당이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신선한 제철 해산물과 제주산 흑돼지를 특제양념에 불 맛나게 볶은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 호텔 셰프로 만났다는 주인장 부부는 싸우다가 정이 들어 부부의 연을 맺고, 10년 전 이곳에 가게를 차렸단다. 때로는 환상의 호흡을, 때로는 팽팽한 불꽃 승부를 가리는 셰프 부부의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