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에서는 굽이굽이 맑고 푸른 물줄기 따라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경북 청송으로 떠난다.
◆주왕산의 살아있는 전설, 94세 손국수 어머니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손꼽히는 주왕산 초입, 길목 따라 나란히 자리한 가게들 사이, 한 가게 입구에서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가며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있는 어머니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국수를 민 지 60년이 넘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자 홀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여동생이 하던 여관을 넘겨받아 주왕산 밑으로 들어왔다. 어느덧 구순이 넘은 나이. 주왕산의 기암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주왕산을 오가는 청춘들을 반기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어머니의 칼국수를 맛본다.

주왕산국립공원 내 하나뿐인 자연부락으로, 네 개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너구마을. 주왕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들어선 이만기는 저 멀리 지붕 위의 사람들을 발견한다. 약 5년 전, 이곳에 새롭게 보금자리를 틀고 옛집 세 채를 고쳐 살고 있다는 세 자매. 어릴 적 시골 외가댁에서 놀았던 추억이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던 세 자매는, 그때처럼 다 함께 행복한 전원생활을 즐기자는 목표 하나로 그 꿈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엔 귀신이 나올 법한 폐가였지만, 직접 재료를 공수해 허물어진 담을 세우고, 창호도 대들보도 손수 다듬고 쓸며 지금은 누가 봐도 부러워할 멋진 흙담집이 되었다.
◆산골 안경원은 절찬리 운영 중
20가구 사는 작은 산골 마을 한 가운데 우뚝 세워진 안경원 간판. 이곳의 주인장은 대구의 큰 대로변에서 약 30년간 안경원을 운영하다 4년 전 귀농한 중년 부부.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꿈꾼 아내와 달리 도시 남자로 남고 싶었던 남편. 그런 남편을 위해 아내가 집 옆에 안경원을 차려주고 개업식까지 열어주면서 두 사람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일단락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함께 자두 농사를 짓고, 낮에는 안경원을 운영하며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마음에는 여유와 행복이 넘친다는 부부. 청송에서 새롭게 인생 2막을 연 안경원 부부를 만나본다.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맛과 당도가 으뜸인 청송사과. 마을로 들어선 이만기도 함께 열매솎기에 동참하며, 가을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릴 사과를 기대해 본다. 사과밭 천지인 마을 길을 걷다, 마당에서 사과를 씻고 있는 남매를 만난다. 오빠가 키운 사과로 6년째 사과식초 만들면서, 오빠의 뒷바라지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여동생. 여든에 가까운 동생이 살뜰하게 오빠를 챙기며 같이 사는 이유는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란다. 어릴 적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당시 고등학생이던 오빠가 가장의 역할을 짊어지면서 모두 책임졌다는데. 자녀들 다 출가하고, 올케언니가 병원에 입원하자 혼자 남게 된 오빠를 걱정하며,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준 것처럼 오빠를 챙기고 있다는 동생.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정성으로 사과식초를 담그는 남매를 만나본다.

달기 약수와 함께 청송의 양대 명천(名泉)으로 꼽힌다는 신촌 약수. 특히 이 약수에 닭을 넣고 삶으면 누린내를 잡아주고 살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고 해서 닭백숙이 유명한데, 청송의 닭백숙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닭을 부위별로 조리한다는 것. 부드러운 다리는 백숙으로, 퍽퍽한 가슴살은 다져서 양념불고기로, 날개는 구이로 나가는데 그게 한 세트란다.
백숙집 거리로 들어선 이만기는 시아버지께서 차려준 가게를 40년 가까이 운영 중인 부부를 만난다. 과거 펜팔을 주고받으며 애정을 틔웠다는 부부. 시집와서 보니 남편은 14남매 장남이었고, 시어머니는 무려 두 분을 모셔야 했다. 그 덕에 갖은 고생을 겪었다는 아내. 작은어머니의 위로와 든든한 조력자이자 아내 바라기 남편이 있었기에 긴 세월 버틸 수 있었다. 약수로 만든 청송의 특별한 보양식, 부부의 닭불백숙 한 상을 맛본다.
◆오지마을 억척 부부의 ‘커피는 쓰게, 인생은 달콤하게’
삼자현 고개 아래, 세 가구가 전부인 오지마을로 들어선 이만기. 밭에서 머위를 뜯고 있는 노부부를 발견한다. 약 35년 전, 편찮은 시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대구에서 들어왔다는 부부는 이곳에서 먹고 살기 위해 부지런히 땅을 일궈왔다는데.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날 때도 땅 한 평씩 늘려가며 지금껏 살고 있단다. 그렇게 일군 땅에 키우는 작물만 사과, 호두, 도라지, 고추 등 최소 10가지. 거기에 일반 냄비와 채반을 이용한 어머니표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 잔이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커피 마시는 재미, 여행 다니는 재미로 산다는 부부. 커피는 쓰지만 인생은 달콤하게, 자신들만의 인생 낙원을 가꾸며 사는 오지마을 억척 부부를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