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방송되는 EBS '건축탐구 집'에서는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집터를 지킨다는 두 사람의 틀어진 집을 탐구해 본다.
◆자두나무 사랑 걸렸네
경북 김천, 사방이 과일 향으로 가득한 마을을 찾아가면. 자두밭 가운데 보이는 디귿 모양의 집. 하얀 집 속에선 자두에 반해 살게 된 아내와 자두꽃보다 예쁜 아내와 산다는 남편이 깨 볶는 중이다.
이곳은 상욱 씨 아버지가 50여 년 전 독립해 첫 집을 지은 터. 아내는 자두 풍경에 반해 남편 따라 내려와 처음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단열이라곤 전혀 안 된 옛집. 혹독한 여름과 겨울을 견딜 수 없어 부부는 집을 헐기로 했다. 하지만 부모 형제들과 추억이 가득한 집을 허무는 게 쉽지 않았던 남편 상욱 씨. 철거하기 전날 이 집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묘한 온기를 느꼈단다.

공간은 달라졌어도 기억은 선명해졌다는 남편 상욱 씨. 부모님의 세월이 묻은 유품들이 공간 곳곳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남은 인생은 아버지가 물려준 이 터에서 더 사랑하며 오순도순 사는 게 꿈이라는 두사람. 자두 향기 가득한 부부의 집을 탐구해 본다.

충남 서천, 푸른 논밭이 펼쳐진 농촌 마을. 동네 한가운데 우뚝 선 오늘의 집은 정남향에서 서쪽으로 딱 5도만 틀어진 집이다.
집이 가진 특별한 사연은 90년 넘은 한옥에서 시작된다. 1958년, 터가 좋은 곳이라 건축주의 할아버지부터 이사를 온 땅. 좋은 기운을 받았는지 일대 땅을 전부 사들일 만큼 가세가 피고 자식 농사까지 잘됐다. 이게 다 집터 덕분이라 믿었다는 아버지. 새집을 짓더라도 주산을 향한 방향만큼은 지켜야 한다 당부하셨단다. 평생 살고 싶은 집이었으나 둘이 살기엔 넓고 낡았던 한옥. 부부는 이 터를 지키면서도 오래 살 수 있도록 새로 짓기로 했다. 정든 집을 남편 성완 씨가 직접 허물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지는 끝까지 지켜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