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Q. 박보영은 이병헌에 대해 '안구를 갈아 끼우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요즘 배우들은 눈을 몇 개씩 들고 다닌다. 하하. 어떤 계산을 하고 연기를 한 건 아니다. 사실 나도 내게 이런 눈빛이 있었나 싶었다. CG인가 싶을 정도로 무섭더라. 영탁은 어디선가 리더가 돼 본 적도 없고, 지진과 일련의 사건들로 자기의 삶을 거의 놓기 직전의 사람이다. 끊임없이 영탁에게 다가갔고, 그의 정서에 닿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았다.
Q. 박보영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같은 회사인데 볼 일이 많이 없었다. 이번 작품으로 많이 마주쳤는데, '과속 스캔들' 속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나와 대립하는 신을 촬영할 때 부담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다고 하더라. 엄태화 감독이 박보영에게 나를 갈치로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야 자기 기를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조언인데 왜 갈치였을까' 생각했다. 하하.
Q. 박서준은 어떤 배우인가?
정말 건실하고 건강한 청년이다. 늘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허' 웃는 친구다. 그런 친구가 또 연기할 때는 어떤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고, 캐릭터의 변화를 나름대로 계산하는 것을보면 배우로서의 예민함과 섬세함을 안에 갖추고 있다. 인간적으로도, 후배 배우로도 참 괜찮은 사람이다.
Q. 극 중 마을잔치에서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이 웃음 포인트이자, 핵심적인 장면이다. 촬영 비하인드가 있다면?
엄태화 감독은 리허설 때도 촬영을 하는데, '아파트'를 부른 장면이 리허설처럼 진행한 테스트 촬영분이었다. 영탁이 노래를 부르면서 플래시백으로 과거로 넘어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부분인데,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췄던 '아재춤'은 아는 동생한테 배웠다. 진짜 아저씨들이 출법한 춤을 노래에 곁들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원래 춤 없이 노래만 부르는 거였는데 신나는 상황에서 춤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하.
Q. 대중들은 이병헌을 '연기의 신'이라고 말한다. 이병헌은 본인 연기에 만족하는 편인가?
늘 불안하다. 보편적인 감정을 잘 이해한다고 믿지만, '내가 이해한 정서와 표현한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을까?' 항상 물음이 따라다닌다. 영탁처럼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땐 더 조심스럽다. 연기에 주관적인 해석이 섞이기 때문이다. 과잉으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너무 자제해서 모자란 감정을 보여준 건 아닌지 돌아본다.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Q. 자신의 연기에 대한 걱정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인가?
내가 표현하는 감정이 보편적인 인간의 것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내가 하는 연기가 맞다고 반복적으로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내 연기를 보는 감독과 스태프들을 믿는다. 그들의 반응이 내겐 확신이자 자신감이 된다. 불안감만 갖고 연기하는 건 너무 힘들다. 하하.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적절한 믿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