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Q. 관객들은 화림(김고은)과 봉길(도현)을 'MZ 무당즈'라고 표현한다. 특히 굿을 하기 전 단화를 신은 것 등 화림의 스타일에 관심이 높다.
의상과 관련해선 의상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단화를 신는 것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굿을 할 땐 굉장히 역동적이고, 많이 뛰어야 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 이도현과는 각자 다른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틈틈이 무속인 선생님 집에 자주 찾아갔고, 연습도 많이 했다. 촬영 전부터 매우 친해졌기에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Q. '파묘'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
격문을 외는 장면이었다. 가장 두려웠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여러 번 굿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격문을 30~40분 동안 춤사위와 함께 읊는다.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정말 멋있다. 무속인마다 그 스타일도 다르고, 격문을 외는 음도 다르다. 저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격문을 어설프게 외면, 앞에서 아무리 좋은 연기를 잘했어도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했는데 무속인들이 매번 다른 음을 타니 어느 순간 안 되겠더라. 그래서 무속인 선생님이 격문을 외는 걸 그대로 녹음했고, 통으로 노래처럼 외웠다.
Q. '파묘'에 대한 관객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감독의 의도를 들은 것이 있는지?
촬영 중반에 사실 모든 캐릭터의 이름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셨다. 화림이라는 이름의 독립운동가가 계셨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런데 가볍게 스치듯이 얘기하셨고, 그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한 건 없었다. 만약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시지 않았을까? 차량 번호판과 같은 디테일은 나도 영화를 보면서 발견했다.
Q. 화림과 봉길의 케미가 워낙 좋다 보니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를 기대하는 관객들도 있더라.
너무 좋다. 그런데 스핀오프가 만들어지려면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열심히 글을 쓰셔야 하지 않을까. 하하. 극 중 봉길은 야구를 하다 신병을 앓게 되고, 화림의 스승과 화림을 만났다는 설정이다. 영화에서 나왔듯이 나는 봉길이 신내림을 받는 것을 반대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무속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실제로 신내림을 받으려 하는 사람 중 말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시더라. 내가 무속인 선생님을 방문했을 때는 중학생인 친구도 있었다. 아무래도 신내림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스스로 원해서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신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 봉길을 생각하는 화림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Q. 로맨틱 코미디부터 오컬트까지 작품 스펙트럼이 참 넓다. 어떤 역할을 선호하는 편인가?
다 마음에 든다. 배우는 자신을 찾는 작품들, 또는 자신을 선택한 작품들 속 역할들을 맡을 수밖에 없다. 내면의 어떤 감정을 꺼내 연기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작품 운이 맞지 않으면 못한다. 한창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많이 제안받던 시기에 '파묘'를 만나 반가웠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을 만나는 것은 인연을 만나는 것과 같다. 운명 같은 느낌도 있다. 내가 장르와 역할을 가리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어떤 역할도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파묘'로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난 아직도 목마르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돈값 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의도로 얘기했던 말이 아닌데…. (웃음) '돈값 하겠다'는 말은 현장에서 유쾌한 유머 중 하나인데, 너무 진지하게 소비됐다. 예를 들어 너무 추워서 꼼짝도 하기 싫은 날에 촬영해야 할 때, 그래도 열심히 하자고 나한테 주문처럼, 최면처럼 하는 말이 그래도 돈값 하러 가자는 말이었다. 장난스럽게 출연료 받았으니 일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연예계에 일침을 가하는 것처럼 기사화돼서 당황스러웠다. 하하.
Q. 할리우드 영화 '듄: 파트2'와 경쟁하고 있다.
윈윈하고 싶다. 좋은 영화들로 인해 극장이 붐볐으면 좋겠다. 이번에 무대인사를 위해 강남 CGV를 갔는데 대학교 때가 생각났다. 대학생 때 알바해서 번 돈으로 시간표를 짜서 하루 4편까지 강남 CGV에서 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번 무대인사도 관객들로 가득 차 있어서 뭉클하고, 행복했다. 영화관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설렘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듄2'도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나도 티모시 샬라메를 좋아한다.
Q. '파묘'의 흥행 속도가 남다른데, 최종 성적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가?
최대한 갈 수 있을 때까지 갔으면 좋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