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7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은퇴 후 인생 제2막이 펼쳐지는 전원주택을 찾아간다.
◆자금도. 환경도 절약하는 시골집 리모델링기
충청남도 서천군에 사는 오미숙 씨. 10년 전 시골집 리모델링기가 화제를 낳으며 시골집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자리 잡게 된 그녀는 환경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도전적인 요소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골집을 찾던 중, 동네 할머니의 연락으로 현재 집을 얻게 되었는데. 은퇴에 가까워지는 나이, 조금씩 고쳐나간 시골집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
마을 주민들이 텃밭에 수돗물을 주는 모습을 보며 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미숙 씨. 상수도 물은 먹는 것에만 쓰고, 허드렛물로는 빗물을 모았다가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빗물 저장 탱크를 만들어 우수 재활용을 하면서 수도가 두 개씩 있는 집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골집이다 보니, 전기가 끊기는 상황에 대비해 그녀가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화덕 인덕션’이었는데. 장작으로 불을 때서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치로, 이 집의 또 다른 친환경적인 요소이자 시골집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준다.
시골집 리모델링의 장점으로는 신축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꼽은 오미숙 씨. 은퇴 이후 집을 마련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인 예산 문제에 대해, 시골집 리모델링은 자금을 아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파란 대문과 핑크 지붕이 매력적인 이 집도 원래는 낡은 한옥이었는데. 전통적인 느낌으로 살린 천장 서까래, 북유럽 느낌으로 꾸민 주방과 지중해 느낌의 벽난로 등 리모델링을 통해 감각적으로 재탄생한 이 집은 건축주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채워가는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 행복을 더해준다.
건축주의 집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는데, 다름 아닌 ‘엄마 방’이다. 7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집을 고치면서 ‘엄마 방’을 만들었다는 오미숙 씨. 연로하신 엄마를 위해 매트리스를 낮게 깔고, 화장실과 방 사이에 문턱을 없애고, 붙박이장의 문을 한옥의 정지문으로 달아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히 머무시길 바라는 배려가 돋보인다. 이처럼 건축주의 세심한 사랑이 가득 채워져 재탄생한 시골집으로 찾아간다.
강원도 정선군에 사는 홍기봉 유은미 부부. 부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도시에서만 생활한 부부가 강원도 정선까지 오게 된 것은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인데. 젊은 시절을 내내 일에 치여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던 남편 홍기봉 씨와 집에서 남편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살았던 아내 유은미 씨. 은퇴 이후의 생활을 꿈꾸며 자격증부터 전원생활 예습까지 다년간 꼼꼼히 준비했다는 부부의 새로운 삶은 어떨까?
은퇴 후 하루종일 붙어있게 된 부부가 다투지 않고 신혼처럼 살 수 있는 비결은 각자의 공간을 마련한 것. 모든 공간이 연결된 ‘ㅁ’자 구조이지만 꺾인 곳마다 독립 공간이 되어 주방은 아내의, 맞은편 거실은 남편의 개인 공간이 되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에 숨겨진 주방은 아내가 요리하는 주방으로, 바깥의 아일랜드 식탁은 남편이 제빵을 하는 주방으로 분리하여 침범 없이 사이좋게 요리를 분담한다. 공간은 나뉘어 있지만 소리는 통하는 구조로 함께하는 느낌은 물론, 각자의 생활까지 보장해 부부의 만족감을 더한다.
수십 년간의 바쁜 직장생활을 끝내고 이제는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집을 지은 건축주 부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만큼 부부는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전원생활에 조경은 필수라고 생각한 남편 홍기봉 씨는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네모난 집에 어울리는 곡선의 정원을 손수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와 새로운 이웃들을 위해 제과제빵 자격증을, 나이 들면 서로를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얻으며 은퇴 이후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했는데. 도면을 손수 그리고 판석과 자갈을 하나하나 깔아 완성한 정원처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부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은퇴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 건축주 부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연결되고 확장되는 집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가능성이 확장되는 부부의 인생 제2막이 열리는 집으로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