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앞에 선 배우 구교환은 늘 예측 불가능하다.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더니 스크린에서는 신인류를 만들겠다며 세상과 싸운다. 어떤 얼굴을 꺼내들지 모르는 구교환 덕분에 대중은 늘 기분 좋은 설렘을 느낀다.
구교환은 영화 '군체'에서 서영철 역할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흑화된 인간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의 열연 덕분에 '군체'는 박스오피스 1위, 누적 관객수 371만 명을 기록 중이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구교환은 '빌런' 서영철을 만들어 간 과정부터 연상호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소감, 작품을 대하는 태도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군체'는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은 이 감염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백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건물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점점 진화하는 감염자들 사이에 있는 '백신' 서영철을 찾아 구조를 위해 옥상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서영철을 미친 과학자로 쉽게 표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교환이 해석한 서영철은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어 미쳐버린 인간이었다. 직업은 껍데기일 뿐이고, 서영철 안에 담긴 감정이 핵심이라고 봤다.
"서영철은 누구보다 나쁜 놈이죠. 하지만 누구보다 타인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인물이에요. 그러다 흑화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교환은 빌런으로서 극의 장애물이 돼야 했다. 생존자 그룹, 좀비가 된 감염자들과 동떨어져 연기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혼자 연기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특히 감염자 역할을 맡은 동료 배우 100여 명과 연습실에서 함께 동선을 맞추고 호흡을 쌓으면서 서영철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감염자들의 동선이 곧 서영철의 동선이거든요. 서영철의 눈을 가려도 그의 눈이 되어줄 감염자들이 다른 층에도 있어요. 진정한 협동 연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구교환은 영화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연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촬영은 절반의 자유와 절반의 통제 속에서 이뤄졌다. 먼저 구교환이 직접 해석한 장면을 연기했고, 그걸 본 연 감독이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다시 한번 촬영을 진행했다.
"서영철이 크게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처음엔 정말 크게 울었어요. 그러자 감독님이 울음이 웃음으로 변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서영철은 감독님과 함께 만들었지만 8할 이상은 감독님의 지분이었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전지현에 대해서는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이라며 "언젠가 연출자로서도 함께 해보고 싶다"라고 짧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황동만도, '군체'의 서영철도 누군가에게는 1년 뒤, 2년 뒤 처음 만나는 캐릭터일 수 있다. 그래서 구교환은 요즘 이전 출연작을 잘 봤다는 인사가 가장 반갑다고 했다. 시청률과 관객 수보다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그 연장선이었다. 결과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사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후회라는 감정이 들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내 작품과 캐릭터를 사랑해야 해요. 완성된 작품은 대중의 것이고 우리의 역할은 많은 분들께 작품을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