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데 막무가내다. 영화 '경주기행'의 동주(이연 분)는 전직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답게 거침이 없고,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설 것 같은 씩씩한 셋째 딸이다. 하지만 이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셋째 딸 동주를 막내를 잃은 죄책감 속에서도 가족 앞에서는 괜찮은 척해야 했던 인물로 해석했다.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엄마 옥실(이정은 분)과 세 딸이 경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얼핏 평범한 가족여행처럼 보이지만 봉고차 트렁크에는 경주를 죽인 남자가 실려있다.
이연은 최근 비즈엔터와 만나 '경주기행' 촬영을 마친 소감과 동주라는 인물을 만들어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연은 거칠고 무모해 보이는 행동 뒤에 숨은 감정을 찾아가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외동딸인 이연에게 셋째라는 자리는 낯설었다.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지 않은 인물이었던 만큼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를 붙이며 동주를 이해해나갔다. 그가 동주의 행동을 관통하는 감정으로 찾아낸 것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동생이 생긴 아이가 간혹 동생을 깨무는 경우가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옮겨가는 걸 싫어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들었어요. 동주의 행동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캐릭터로 만든 거 같아요.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동주의 거칠고 무모해 보이는 행동의 원동력이었어요."
막내 경주의 죽음 이후 동주가 짊어진 죄책감도 같은 방식으로 풀어갔다. 가족들이 자신을 탓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울 엄마 앞에서는 괜찮은 척을 했다. 씩씩한 척, 앞장서는 행동 역시 동주에게는 가족을 지키려는 행동 중 하나였다.

"동주는 이미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 가족 모두가 자신에게 그걸 표현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었던 거예요. 나보다 고통스러울 엄마 앞에서 더 괜찮은 척, 내 탓이 아닌 척하는 거 같고, 그래서 더 씩씩한 척 앞장서면서 동주의 결을 쌓아갔습니다."
감정을 잡은 뒤에는 몸을 동주에게 맞췄다. 전직 프로레슬링 선수인 동주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레슬링 경기를 관람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본 이연은 일본 남성들이 할 법한 헤어스타일과 굽은 어깨, 언제든 튀어나갈 듯한 자세를 만들어갔다. 한쪽 다리를 늘 빼고 서 있는 습관까지 더하며 동주의 거칠고 무모한 성격을 몸으로 완성했다.
액션 준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였다. 기술을 직접 소화해야 하는 만큼 점프력과 구르기, 목을 다치지 않고 구르는 법, 낙법 등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익혔다. 액션스쿨을 두 달 반가량 다녔고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훈련을 이어갔다.

"기술이 들어가는 건 다 제가 찍었어요.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는 근육이 수축되면서 본인이 구부리려고 안 해도 어딘가가 구부려진다는 신체적 디테일도 연구하면서 애를 썼는데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제 액션씬은 제 얼굴이 다 잡히거든요. 그게 자신 있었고, 감정 연기와 액션의 밸런스가 잘 맞아서 잘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