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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칸시네마] ‘부산행’, 다소 평범해져버린 연상호의 문법

▲'부산행' 월드프리미어 상영 후 박수에 화답하는 공유(사진=NEW 제공)
▲'부산행' 월드프리미어 상영 후 박수에 화답하는 공유(사진=NEW 제공)

2011년 ‘돼지의 왕’이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실사영화를 압도하는 애니메이션’, ‘올해의 발견’,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화’와 같은 찬사가 ‘돼지의 왕’을 수식했다. 각종 국제영화제들이 한국에서 날아든 이 뜨거운 애니메이션에 환호하기도 했다.

2년 후 세상에 나온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연상호가 강하게 휘두른 두 번째 멋진 안타였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핀 풍부한 은유는 전작의 성과를 이어가며 연상호라는 이름을 충무로에 다시 한 번 각인 시켰다. 동시에 많은 이들의 궁금증은 커졌다. 연상호 감독이 실사 영화를 만든다면? 그렇다면 과연 어떤 그림의 작품이 나올까.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은 그러한 궁금증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부산행’, 연상호의 첫 실사영화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13일 밤 12시 10분(현지시간) 베일을 벗었다. 이번 월드 프리미어에는 배우 공유, 정유미, 김수안, 연상호 감독이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해외 팬들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부산행’은 이상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재난 상황 속,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좀비물이다. 과연 연상호 감독의 만화적 상상력이 실사 영화 안에서 어떤 폭발력을 발휘할까.

모습을 드러낸 ‘부산행’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영화였다. 일단 영화 초반,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박력이 상당하다. 지체없이 좀비의 실체를 일찍이 공개한 영화는, 신체훼손/신체변형 장면 등 ‘본격 좀비물’로서의 DNA를 거침없이 뿜어낸다. 사지가 꿈틀대는 좀비의 모습을 구현한 CG/분장도 수준급이다. 연상호 감독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좀비 이미지가 스크린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난 인상이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가 머금었던 ‘인간들 사이의 불신’이라는 테마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견된다. 기차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주인공들이 싸워야 하는 것은 좀비뿐이 아니다. 서로를 불신하는 이기심과도 싸워야 한다. 이것은 ‘부산행’의 텍스트를 보다 풍부하게 장식하는 서브플록이다.

하지만 연상호라는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부산행’은 다소 아쉬운 결과물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라는 문법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인지, 본격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작가적 야심을 누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전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한 없이 평범해져버린 문법이 여러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너무 쉽게 봉합되는 갈등과 장면들이 많다. 부성애 감동코드가 장르적인 뜨거움을 누르는 느낌도 드는데, 상업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드는 선택들이 있다.

# 칸, 현지반응=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부산행’ 공식 상영은 축제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12시 자정에 열린 상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일찍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내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제작사(NEW) 로고-감독 이름-제작자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 영화를 기꺼이 즐기겠다는 준비된 마음’들이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상영 중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인상적인 활약이 펼쳐질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로 영화에 화답했다. 특히 이 날의 진짜 주인공은 공유도 정유미도 김수안도 아닌, 마동석이었다. 해외 관객들은 주먹 하나로 좀비를 아작 내는 괴력의 사나이 마동석에게 꽤나 반한 분위기였다. 영화 상영후, 기립박수도 이어졌다.

하지만 상영 후 한국으로 전송된 ‘역대급 기립박수’니, ‘역대급 호평’이니, ‘극찬 쏟아졌다’는 여러 언론의 표현에는 다소 들뜬 느낌이 없지 않다. 영화 상영 후 나오는 기립박수는 칸국제영화제에 관례로 정착된 지 이미 오래.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관객들의 의례적인 찬사이지, ‘기립박수 몇 분’ 이라는 타이틀 하나가 영화 완성도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이날 상영에서는 긴 시간 기립 박수를 치는 관객도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관객도 상당했다.

그리고 짚어야 할 중요한 한 가지. 칸국제영화에서 공개된 ‘부산행’은 아직 최종 완성 버전이 아니다. 아직 후반작업을 거치면서 세심하게 조율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부산행’이 칸에서의 추억을 마음에 안고 보다 치열하게 후반작업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영화는 7월,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정시우(칸=프랑스)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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