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KBS2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이하 백희)는 미약하게 시작해 창대하게 끝난 작품이다. 스토리와 재미, 배우들의 호연까지 삼박자가 두루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얻으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특히 옥희 역의 진지희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와 물오른 연기로 각종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정변의 좋은 예.” 그의 기사에는 이런 타이틀이 따라붙곤 했다.
정작 당사자인 진지희는 작품의 인기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단다. 지방을 오가는 촬영 일정 때문이었다. 진지희는 “어느 날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내가 싸움을 하는 동영상이 걸려 있는 걸 봤다”면서 “그 때 처음 ‘드라마가 잘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평소 댓글을 다 챙겨보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좋은 댓글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예뻐졌다’는 말부터, ‘연기 잘한다’ ‘옥희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같다’는 평까지. 저와 제가 맡은 배역에 많은 흥미를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진지희가 맡은 옥희는 그야말로 ‘골 때리는’ 반항아다. 경찰서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부모보다 경찰관 얼굴을 더 많이 마주하며, 급식보다 경찰서 자장면을 더 자주 먹을 법한 아이.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초를 피우고 5000원 중 4250원을 심부름 값으로 갈취(?)하는, 알다가도 모를 성격의 소유자. 싸움 실력은 얼마나 뛰어난지 전학 하루 만에 섬월도 백희파 19대 짱에 올랐다.
“1화부터 싸우는 장면이 딱 한 번 나와요.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하고 촬영 당일 대역 언니를 따라 했죠. 동작 순서를 외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하면서 짜릿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액션 신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거든요. 신이 나서 촬영했죠.”
“김성오 아빠는 조용한 편이에요. 그런데 가끔 ‘아재 개그’를 하시죠.(웃음) 인교진 아빠는 연기에 대한 주관이 뚜렷해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대사의 텍스트나 톤을 바꿀 때도 항상 제게 의견을 물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최대철 아빠는 옆집 삼촌처럼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시는 분이라, 덕분에 재밌게 촬영했죠.”
“세 아빠와 맞닥뜨릴 때 제 연기 톤이 각각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들마다 연기 스타일이 다르니까 저도 아빠들을 대할 때 같은 모습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러 톤을 시험하며 연습을 많이 했어요. 걱정했는데 현장에서 아빠들과 직접 호흡하니 한결 수월하더라고요. 역시 배우는 현장인가 봐요.(웃음)”
엄마 백희(강예원 분)와의 케미도 중요했다. 극 초반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두 사람은, 그러나 백희의 과거가 밝혀진 뒤 상대를 보듬기 시작한다. 진지희는 “백희 엄마와는 빠른 호흡으로 대사를 뱉으며 현실 모녀의 다툼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다행히 예원 언니가 정말 편하게 대해줬다. 워낙 친분이 있던 사이이기도 하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장면이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백희’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 것은 극중 옥희와 실제 진지희의 싱크로율이다. 옥희와 진지희 모두 향년 18세. 진지희는 “실제 내 나이 대에 맞는 역할을 연기한 덕분에 시청자 여러분들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제가 갑자기 성인 연기자로 변신해서 로맨스 연기를 보여드리면 시청자 분들께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그 때 그 때 제 나이에 맞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그러면 언젠간 제가 성인 연기를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겠죠. 로맨스 욕심이 있냐고요? 물론이죠. 누구든 저의 상대 남자 배우가 되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