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아이돌 그룹에서 뮤지컬 배우, 그리고 이번엔 영화배우다.
뮤지컬계 블루칩이 된 이창희(36)는 본래 2000년 아이돌그룹 OPPA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OPPA는 H.O.T와 젝스키스 등이 활동했던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해 1세대 아이돌을 언급할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그룹이다. OPPA 리드 보컬에서 뮤지컬 배우로 기반을 다진 이창희는 이제 다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창희의 활발한 활동을 뒷받침 하는 사람이 H.O.T 출신 토니안이라는 점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Q: 지금이야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활발하지만, 이창희 씨가 뮤지컬을 시작했을 당시엔 선입견도 심했을 것 같다.
이창희: 아이돌로 활동한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굳이 말은 안했던 것 같다. 기존 신인처럼 그렇게 했다. 사실 OPPA로 데뷔하기 전, 회사에 들어간 것도 연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연기자 데뷔를 준비하던 와중에 메인 보컬 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한 달 만에 춤연습하고, 녹음해서 데뷔했다. 요즘 아이돌들은 10년씩도 연습하고 나온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뮤지컬을 하려고 했을 땐 연기 욕심이 컸다. 이후 허스키한 목소리에 대해 지적도 받았는데, 캐릭터에 맞게 바꿔 쓸 수 있도록 노력했던 거 같다.
Q: 어떻게 뮤지컬을 하게 된건가.
이창희:아이돌이라는 것 자체가 저와 안맞았던 것 같다. 방송으로 포장해야 하는 것도 있고. 노래를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이 춤이 격렬하기도 했다. 이전에 춤도 안춰봤는데, 그런 과정들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가 26살쯤 TV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하는 것을 보게됐다. 그때 김선영 선배가 노래하는 장면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이후 실제로 보러 갔는데 역시나 좋았다. 그때 '앙상블'이란 작품을 하게됐고, 그렇게 차근차근 해오고 있다.
Q: 노래를 하긴 하지만 가수에서 연기자, 포지션 변경이 어렵진 않았나.
이창희:그러진 않았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이전부터 있기도 했고. 전 작품을 할때 연출자의 디렉션에 따르려 노력하는 편이다. 배우는 공연을 선보이는데 있어서 하나의 도구라 생각했다. 연출자가 표현하려고 한 부분을 보여주는게 배우니 말이다.
Q: 그렇지만 자신만의 색깔도 중요하지 않나. 그 색깔을 보고 캐스팅이 이뤄지는 거니까.
이창희:맞다. 본연의 것은 잃지 않으려 한다. '원스'를 할때 처음엔 의욕에 차서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윤도현 선배와 비교도 되고, 보컬의 호불호도 갈리고, 버스킹 음악이라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중반으로 갈수록 깨닫게 됐다. 저도 관객일때 제 편견의 잣대로 좋다 안좋다가 생기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나. 맛집도 그렇지 않나. 좋다는 사람도 있고, 입맞에 안맞는 사람도 있고. 본연의 맛 잃지 않고 가다보면 어느순간 싫었던 사람도 '이 제 이 배우와 맞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Q: 롤모델로 생각하는 배우가 있는가.
이창희:영화를 보면 송강호 선배를 보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지 않다. 어떤 감독을 만나고, 어떤 역할을 만나도 그에 맞게 해내는 걸 보면서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제 이미지를 최대한 역할에 맞춰보려 한다.
Q: '잭더리퍼'에선 어떤 요구를 받았나.
이창희:이번 연출자님은 좋은게 제가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디렉션을 주셨다. 가령 웃음 소리가 얇은 실톱으로 쇠를 깍는 소리였으면 좋겠다거나. 이 웃음소리 디렉션이 처음 연기를 하고 받은 거였다.(웃음) 그리고 1막 마지막에 고함을 치는 건 천둥이 벽을 긁는 소리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Q: 뮤지컬만 10년 이상을 한 거다. 뮤지컬 배우들도 요즘은 영화, 드라마에 많이 출연하지 않나. 뮤지컬 외의 장르를 생각해 본 적은 없나.
이창희: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역을 넓히면 인지도도 얻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역할도 더 다양해질 것 같더라. 제가 유명해져서 공연이 더 잘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처음 뮤지컬을 할 때엔 뮤지컬만 하려 했는데, 돌아가는 것 같다. 젊었을때 아님 언제하나. 그래서 이번에 소속사 계약도 맺었다.(웃음)
Q: 소속사가 H.O.T 토니안이 오너더라. 젝스키스 김재덕도 임원이고. 신기한 인연이다.
이창희: 재덕이 형과는 알고 지냈고, 이번에 소개를 받아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토니 형은 공연도 보러 와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회사 분위기도 좋고, 계약 조건도 나이스하게 했다.(웃음) 다들 열정적이다.
Q: 정말 열정이 넘치는 것 같다. 쉼 없이 작품을 하고, 쉼 없이 다음을 생각하는 스타일같다.
이창희: 제가 생계형 배우다.(웃음) 29살에 결혼을 했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그 밑으로 6살, 4살 이렇게 있다. 막내가 딸이고 그 위에 둘은 아들이다. 아내는 '그리스'를 끝내고 만났다. 2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 결혼까지 하게 됐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Q: 아이들이 아빠 공연도 보러오나?
이창희: 현장학습, 문화체험 같은 걸로 오긴 한다. '모짜르트!', '미남이시네요', '원스' 모두 아이들도 관람했다. '잭더리퍼'는 살인자가 나오는 내용이다 보니 첫째만 봤다. 무서워하지 않을까, 잠들진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잠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아들한테 '(잠들어서) 다행이야. 무서웠을 거야. 그런데 다음부턴 오지말자. 네가 무서울까봐 아빠가 더 무섭게 못했어. 아빠가 무서워야 재밌는 건데, 다른 관객들은 재밌지 못했을꺼야'라고 말해줬다.
Q: 앞으로 어떤 이창희를 볼 수 있을까.
이창희: 올해 영화 2편이 개봉 예정이다. 짧게 등장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연기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OPPA를 하면서 평생 받을 스트레스를 다 받았는데, '원스'를 하면서 '가수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연말에 준비해서 내년 쯤 발표할 것 같다. 물론 뮤지컬도 소홀히 하진 않을 거다. '헤드윅' 처럼 '뽕맛' 끝판왕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결론적으로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역할을 한다', '잘 어울린다', '보러가야겠다' 이런 말이 나오는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겁게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