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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포캠②] 이승환의 바람직한 돈지랄

▲이승환(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승환(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멜포캠’을 며칠 앞둔 9월의 어느 날 이승환의 공연 장비 구입 소식이 들렸다. 야외무대용 레이저를 두 대 추가 구입했단다. 폭죽, 불기둥 등의 특수효과 장비도 자비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연을 할 적마다 들려오는 소식인데도 그의 구매력에는 매번 입이 떡 벌어진다.

이승환은 지난 10~11일 열린 ‘2016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의 첫날 공연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좋은 날’과 ‘사랑하나요’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당초 예정된 러닝 타임을 훌쩍 넘겨 막을 내렸다.

이날 이승환은 자신의 공연 콘셉트를 ‘돈지랄’이라고 말했다. “제가 오늘 받은 모든 개런티, 한 푼도 빠짐없이 무대에 쏟았습니다. 아, 끝나고 회식할 비용은 남겨뒀고요.” 매 공연, 음반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 그는 늘 “나는 이러다 망할 것”이라고 한탄하지만, 그 아래에는 뮤지션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존감이 깔려 있다. 적어도 음악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는 신념이다.

▲가수 이승환의 무대(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이승환의 무대(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그 한 사람’ 무대가 시작될 무렵, 무대에 커다란 풍선이 등장했다. 한 남성 관객이 “이제 시작이다”고 낮게 읊조렸다. ‘내 맘이 안 그래’ 무대의 황제 의자, ‘덩크 슛’의 거대한 볼, ‘슈퍼 히어로(Super Hero)’에서의 대형 미끄럼틀 등은 ‘돈지랄’의 시작에 불과했다. ‘10억 광년의 신호’ 말미에 깔린 레이저 불빛이나 ‘제리제리 고고’ 무대에서 치솟던 불기둥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멜포캠’의 시그니처 이벤트인 ‘밤 하늘 아래’(조명이 꺼지고 별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도 이승환이 하면 달랐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려던 찰나, 이승환이 새로 구매했다는 야외용 레이저가 가동을 시작했다. ‘천일동안’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레이저쇼가 어우러지자 노래를 따라 부르던 관객들의 입에선 신음에 가까운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승환의 ‘돈지랄’이 한 푼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그에 걸맞은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어본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와 같이 귀에 익은 히트곡은 물론, 데뷔 초 발표했던 ‘너를 향한 마음’, 평단의 호평을 얻었던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수록곡 ‘화양연화’,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일품인 ‘다만’ 등 다채로운 세트리스트가 귀를 즐겁게 했다. 하드록 버전으로 편곡한 ‘그대가 그대를’이 시작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록 페스티벌로 변모했다. 있는 힘껏 헤드뱅잉을 하고 나니 밤바람이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승환(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승환(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공연의 대미는 이승환이 자비로 준비한 불꽃놀이가 장식했다. 공연 초반 이승환은 “내 돈이 공중에서 터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한눈에 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귀가를 서두르던 일부 관객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귀에는 이승환의 ‘인사’가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승환의 ‘돈지랄’은 오는 10월 8일 열리는 ‘빠데이’ 공연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전망이다. 이렇게 돈을 써 대서 남는 게 과연 있을까 싶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승환의 바람직한 돈지랄에 그도 관객들도 행복한 것을.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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