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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정 "파격 변신? 상투적이지 않으려는 위장술"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윤여정(CGV아트하우스)
▲윤여정(CGV아트하우스)

배우 윤여정이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다시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 윤소영으로 분해 멈추지 않는 도전과 열정을 확인시켰다.

그는 “‘계춘할망’ 해녀를 끝내니 더 힘든 게 기다리고 있더라”는 말로 녹록치 않던 현장을 돌이켰다. 어쩌면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올해 나이 70세. 여전히 충무로에서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윤여정은 ‘도전’이라는 단어로 연기 인생을 정의하지 않았다. 단지 상투적인 연기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라며 나이 들어가는 배우의 삶에 대해 말했다.

Q: ‘죽여주는 여자’ 윤소영 캐릭터도 선뜻 하기 어려웠을 것 같고, 촬영 역시 쉽지 않았을 텐데요.
윤여정:
이재용 감독이 해달라고 하니까 믿고 했죠.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죽음에 대해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재용 감독은 죽음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금기시 되는 주제라 영화를 엎을까도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나는 이 주제라서 좋았어요. 일단 죽음에 대해서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으로 안 그려서 좋았고요. 근데 촬영 하면서 너무 힘드니까 후회는 했지.

Q: 영화 제목은 마음에 들었나요?
윤여정:
솔직히 마음에 확 들지는 않았어요. 감독이 시나리오 구상을 하면서, 윤소영 캐릭터를 설명하다가 문득 떠오른 제목이래요.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이 난 성매매 여자인데, 결국 그들의 죽음에 조력까지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죠. 처음엔 가벼운 느낌으로 느껴질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제 친구는 영화 제목을 듣고 하지 말라고 화를 내더라. 곱게 늙으라면서(웃음).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스틸사진(CGV아트하우스)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스틸사진(CGV아트하우스)

Q: 영화 속 청재킷에 청치마를 입고 나오신 게 기억에 남는데, 의미 있는 패션인가요.
윤여정:
잘 보셨어요.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설정 등을 감독이 꼼꼼하게 말했어요. 사실 저는 다소 복고적인 스타일이 시대적인 혼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이재용 감독은 그 여자가 가장 꿈이 많던, 예쁘고 좋았던 시절을 의상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죠. 소영은 그래서 젊어 보이는 청치마와 뱅 헤어를 고집하게 되는 거예요. 첫 촬영하면서 최화정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생방송에 이런걸 보내면 웃음이 터진다’고 막 뭐라 하더라고요(웃음).

Q: 본인 의견보다 감독의 요구를 더 수용하는 편인가요.
윤여정:
이 감독은 ‘디테일’이 강점이에요. 제가 나이든 배우라 그런지 감독님의 어떤 요구도 다 받아요. 연기력이 빼어나지 못해서 그런지 저는 ‘내 인물’ ‘내 것’만 보거든요. 근데 감독은 전체를 보잖아요. 여러 조합을 따지고 잘 끌어나가니까 감독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에요.

Q: 극중 소영은 노인들을 대신 죽여줬다. 당신의 가치관을 통해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윤여정:
제가 그들이라도 누가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가 이 영화를 보고 그러더라고요. 중풍으로 오는 자존감 파괴, 자아상실에 대한 공포인 치매, 사랑하는 상대 잃은 절대적 고독을 담고 있다고요. 이런 문제들이 노인빈곤과 엮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Q: 소영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했나요.
윤여정: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생을 포기한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살고 있는 상황이고, 누가 못 죽여줘 여기까지 온 거죠. 사실 소영도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만,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열등의식이 많을 수밖에 없죠. 부끄럽지 않다고 자기에게 주문을 걸며 살아가는 여자인데 그런 와중에도 순수한 마음이 있던 것 같아요. 자기에게 팁을 잘 줬던 사람의 병실까지 찾아가는 걸 보면요.

Q: 모텔에서 서비스 신은 힘들게 찍은 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윤여정:
각오는 했어요. 저예산 영화니까 고생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성매매신은 정말 힘들었죠. 모텔 환경도 열악했고, 그 신 자체가 여배우, 남배우 모두 힘들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몰라도 되는 세계, 몰랐던 세계를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윤여정(CGV아트하우스)
▲윤여정(CGV아트하우스)

Q: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윤여정:
몇 년 전부터 계속 죽음에 대해 생각했어요. 잘 죽기 위한 주문을 외우고 있다고 할까. ‘끔찍한 일을 왜 미리 생각하나’라고 화내는 친구들도 있어요. 전 판단력이 있을 때 죽음을 인지하고 준비하고 싶어요. 물론 무섭고 공포감을 주지만,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잖아요. 영원한 불로장생이 어디에 있겠나, 고령화 사회에는 잘 죽는 것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한다고 봐요. 그냥 재밌게 살다갔으면 해요. 한 철학자가 한 말이 와 닿더라고요. ‘마이 파티 이즈 오버(My party is over)’. 제 비문에 쓰고 싶어요. 인생은 정말 소풍이잖아요.

Q: 지난 7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판타지아영화제에서는 베스트여배우상까지 수상했다.
윤여정: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죠. 어릴 적엔 제가 제일 잘해서 받은 줄 알았는데, 상은 운이에요. 그 상이 가진 의미를 가장 잘 살리는 트렌디한 작품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이번에는 영화의 소재가 신선해서 운 좋게 받은 거예요. 제가 잘해서 받은 것은 아니고요. 일단 출품된 작품들은 다 비슷하죠. 아니 근데 시상식에 가지도 않았는데 상도 다주고, 참 공정한 시상식이네요.

Q: 데뷔 50주년이네요.
윤여정:
창피해요. 아주 잘하고 싶은데, 50년이라고 하면 부담이에요. 신인이 생생하게 몰입해서 표현하면 50년 경력으로도 당할 사람이 없어요. 내 연기를 보고 파격 도전이라고 하는데 너무 많이 노출돼 연기를 할 게 없어요. 저는 이미 식상하고 상투적인 연기를 하고 있어요. 수를 놓은 장인은 오래하면 잘 하는 게 맞아요. 연기는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게 반복되니까 상투적이지 않으려고 위장을 하는 거죠.

Q: 다음엔 어떤 역할로 돌아오실지 기대됩니다.
윤여정:
그걸 알면 인생이 재미없지 않겠어요(웃음).

▲윤여정(CGV아트하우스)
▲윤여정(CGV아트하우스)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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