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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럭키’ 유해진 매력의 총 합…그걸 빼면?

(사진= 쇼박스 제공)
(사진= 쇼박스 제공)

키(Key) 하나에 운명이 바뀐다? 카리스마 킬러 형욱(유해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미끌어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는다. 깨어났을 땐 ‘난 누구, 여긴 어디?’ 기억을 잃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손에는 다른 사람, 재성(이준) 신분증이 있는 사물함 열쇠(Key)가 들려있다.

상황 설정에서 엿볼 수 있는 두 가지. 형욱을 연기할 배우에게 1인 2역이 요구되겠구나. 그렇다면,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하겠구나. ‘럭키’는 이 지점을,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기용해 슬기롭게 전진해 나간다. 졸지에 32세 무명배우가 된 40대 킬러. 설득력 잃기 쉬운 1인 2역(에 가까운) 캐릭터가 유해진의 세심한 완급조율 덕분에 현실감을 입었다.

자칫 과장되거나 외모 희화화로 빠질 수 있는 철 지난 웃음 포인트들도 유해진의 절제 있는 연기 안에서 힘을 얻는다. 본인의 얼굴엔 웃음기를 거두고, 관객은 웃기는 유머. 고수의 유머라 할만하다. 냉혹한 킬러를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새삼, 유해진이 정극 연기에도 얼마나 능한 배우인가를 확인케 된다. 그러니까 ‘럭키’는 유해진의 매력으로 향하는 열쇠가 곳곳에 채워진 영화다.

문제는, 유해진 외의 부분들이다. 우리는 형욱과 신분이 바뀐 또 한명의 인물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형욱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 우연히 그의 열쇠를 손에 넣게 된 무명배우 재성말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영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이준 에피소드의 ‘매력도’가 유해진 사연에 비해 현격하게 힘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킬러의 삶을 살게 된 재성의 이야기가 인위적으로 흐르면서 영화의 재미를 중간 중간 낚아챈다.

임지연이 연기하는 은주라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통해 형욱과 재성을 이어 보려한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러기엔 사건 개연성이 허술하고 은주 캐릭터 자체도 좀 따분하다. 배우의 문제이기도, 이를 통제 못한 연출의 문제로도 보인다. 형욱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119 대원 리나(조윤희)를 사건 해결 과정에서 민폐 캐릭터로 전락시켰다는 혐의에서도 영화는 자유로울 수 없겠다.

결국 유해진에게 걸린 지분이 지대하다는 것이 ‘럭키’의 장점이자, 한계인 셈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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