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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신동욱이 밝힌, 조금은 사적인 작가의 삶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등을 통해 신동욱은 대중에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청춘 스타로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때, 군대에 입대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라는 희귀병에 걸리며 그의 비상엔 의도치 않은 제동이 걸렸다. 그렇게, 익숙했던 신동욱은 낯설어졌다.

하지만 그런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금 돌아왔다. 배우의 꿈은 잠시 접고 작가의 길로 새로이 들어섰다. 길고도 길었던 투병 생활을 거쳐 자신이 계속 관심을 가졌던 ‘우주’를 만나 신동욱은 새로운 꽃을 피웠다.

데뷔작 ‘씁니다, 우주일지’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새로이 대중 앞에 선 신동욱은 스스로 희망을 자처했다. 자신처럼 갑작스레 시련을 겪은, 아픈 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던 그는 어느새 대중에 다시금 익숙하게 스며들 준비를 마쳤다.

Q. 오랜만에 가진 만남입니다. 작가로 데뷔하고, 최근 JTBC ‘말하는 대로’의 출연도 마쳤죠. 방송에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신동욱:
그동안 치료했던 과정들을 털어놨어요. 5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도피했던 이유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기보다는 병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고립됐던 이야기들을 나눴죠. 버스킹 공연도 했어요.

Q. 출연이 성사된 계기가 궁금해요.
신동욱: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조금 더 진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자기 얘기를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으로 꺼낼 수 있고요. 꾸밈없이, 웃기려는 것 없이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진정성이 있어보였거든요. 실제로, 녹화할 때도 따로 큐 사인도 없었어요. 제가 당황하니까 제작진이 “알아서 하면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녹화 분위기는 정말 밝았어요. 사실, 저랑 비슷한 병을 겪는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나았으니 (다른 분의 병도) 나을 수 있다’고 용기를 주려 나갔었는데, 사람들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까 제가 오히려 더 용기를 얻었어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죠.

Q. 동욱 씨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아요. 촬영 당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신동욱:
녹화하던 때에 제작진 측에서 저를 배려해줘서 제 옆에 난로를 켜두셨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난로를 끄셨더라고요. 근데 순간, 주변이 하얗게 변하고 어지러워져서 잠깐 휴식을 가졌었어요.

Q.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 편인가요?
신동욱:
건강은 운이 좋게도 많이 좋아졌어요.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았죠. 예전엔 작은 자극도 못 버텼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가능해졌어요. 추위에 대한 ‘이질통’의 극복은 아직이지만요. 그래서 여름엔 에어컨만 조심하면 상태가 많이 좋아지지만, 겨울에는 조금 힘들어요. 그 고통은 그런 느낌이죠. 커터칼 칼날로 손이 슬라이스 당하는 느낌이거든요.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Q. 힘든 투병 생활을 거쳤지만 이제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죠.
신동욱: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책에 많이 담겼어요. ‘엄청나게 아프다’는 말이 본문의 가장 첫 번째 문장으로 나오는데요, 저처럼 아픈 분들이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 문장을 앞에 끼워 넣고자 했어요. ‘엄청나게 아프다’, ‘개자식’, ‘아무래도 내가 최초인 것 같다’는 말은 병을 겪으며 제가 직접 느낀 거예요. 아픈 사람들에게 그 말을 보여주고 시작하고 싶었어요. 공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Q.(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책에 본인이 많이 투영된 셈이네요.
신동욱:
네. 아무래도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일례로, 책의 후반부에서는 고립돼 표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정말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담긴 거예요. 사실 그 부분은 쓰다가 치아가 부러지기도 했어요. 제가 이를 악 무는 습관이 있었는데, 극 중 주인공(맥 매커틴)이 추위에 노출돼 혼란을 겪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걸 간접체험 해보고자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어요. 제가 추위에 약해서 창문만 열어도 제겐 우주 급의 추위거든요. 덜덜 떨다가 이가 ‘툭’ 하고 부러졌어요. 이가 부러진 상태로 4, 5개월 정도를 탈고할 때까지 버텼죠. 제가 글을 쓰기 위해서 1년 동안 제 스스로를 고립시켰거든요. 우주를 떠도는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이번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에 자전적인 게 담겼다면, 다음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풀어갈 예정인가요.
신동욱: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요. 탈고 전인 8월부터 자료집을 약 40권정도 읽고 정리하는 중이에요. 정리를 마치고 다른 시공간을 제대로 만들어내면 글을 쓸 거예요. 그게 어설프게 구축되면 안 쓸 거고요. 어설프게 쓰면 아무에게도 공감을 못 주니까요.

Q. 새로운 세계관을 원하는 건가요?
신동욱:
글쎄요. 비유하자면 ‘반지의 제왕’ 같은? ‘반지의 제왕’은 과거 내용이지만 제가 구상하고 있는 건 미래를 배경으로 하죠. 서사가 담길 거라서 자료를 모으는 중이에요. 처음엔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구축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안 쓸 생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세계관 구축에 성공하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쓸 거예요.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의 신동욱(사진=MBC, SBS)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의 신동욱(사진=MBC, SBS)

Q. 첫 작품부터가 472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에요. 흔치는 않은 분량이죠.
신동욱:
사실은 이번 책도 분량을 정말 많이 들어낸 거예요. 1700매인데 2400매 정도를 썼었고요, 40% 가량을 들어냈어요. 제일 처음 초안을 잡았던 건 2200매였고… 총 4600매 중에 살아남은 게 1700매 뿐이네요(웃음).

Q. 작업 시간도 꽤 걸렸을 것 같아요.
신동욱:
자료 수집에만 1년 정도가 걸렸어요. 예전부터 물리학 책을 계속 읽어왔지만 자료 수집 과정에서 발췌하고 주입해서 읽어야 할 게 많아서 150권 가량을 읽었어요. 그게 1년 정도 걸렸고, 본격적으로 쓰면서 초안 잡는 데 2개월, 초고 쓰는 건 4개월. 쓰기만 하는 시간이 1년을 조금 넘더라고요.

Q. 작가로서 어떤 부분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는지도 궁금해요.
신동욱:
작가들의 창작법을 찾아보니 ‘우주가 온다’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영감을 ‘우주’라고들 하던데, 그게 제게 온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그래서 일단은, 다음날 쓸 내용을 전날에 다 정리해요. 정리하고 구축해놔야 시간 낭비 없이 타이핑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어떤 내용 살리고 할지도 정리해놓고 하룻밤 잔 뒤 머릿속에서 나름 숙성을 시켜놔요. 저는 작법을 배우지도 않은 신인이니까요. 뚜렷하게 영감을 받는다고 표현할만한 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Q. 신예로서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요?
신동욱:
스티븐 킹과 칼 세이건을 좋아해요. 스티븐 킹은 인터뷰한 내용으로도 책을 만들 사람이에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600쪽을 쓰는 분이죠(웃음). 사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스티븐 킹과 연관이 있어요. 제가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스티븐 킹의 ‘지금 당장 써보라’는 글에 용기를 냈거든요. 쓰다 보니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Q. 작가로서 날갯짓을 시작한 만큼 지향하는 부분도 뚜렷하게 있을 것 같아요.
신동욱:
장르가 과학소설이다 보니 가장 신경 썼던 게 물리학에 대한 나열이었어요. 초안으로 2200매를 썼는데, 쓰고 나서 읽어보니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너무 들어가서 제가 썼는데도 참 어렵더라고요. 잘못됐다 싶어서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지향했어요. 제가 목소리가 낮아서 말로 하는 개그는 재미없지만, 글로 개그를 치는 건 조금 재밌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배우 신동욱(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Q. 우주를 다룬 만큼 영화 ‘마션’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씁니다, 우주일지’만의 독특한 부분을 꼽는다면…
신동욱:
책을 보시면 끝 부분에 커튼콜이 있어요. ‘작가의 말’이 끝나고 ‘스페셜 땡스’를 주인공에게 넘겼거든요. 주인공(맥 맥커천)이 저를 우주 최고 훈남이라고 소개해요(웃음). 물론 감동도 있죠. 시공간적 감동인데요, 꼼꼼하게 잘 살펴보시면 이 공간에서 시련 겪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만한 내용이 있어요. 저는 ‘평행우주론’을 믿거든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인간은 뒤로 버린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저는 그 말을 믿어요. 그래서 ‘어느 공간에선 버려진 만큼 잘 된 내가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치유적인 감동 코드가 곳곳에 잘 담겨있어요. 하지만 역시 작가가 ‘우주 최고 훈남’이라는 점이 독특하죠(웃음). 네, 개그였습니다.

Q.(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도 소개해주세요.
신동욱:
첫 장을 펼치면 아마 이렇게 나올 거예요. “마주본 거울 같은 공간의 평행 속에서 시간의 일방통행을 당신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음을,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우아한 경험이었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나와요. 제 말이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그리고 김안나 박사의 결말이기도 하죠. 자기 남편에게 그 말 하며 다른 시공간 속으로 떠나는 말이거든요. 김안나 박사의 입을 빌려 제 생각을 써놓은 셈이죠.

Q. 에필로그와 서문이 겹친다니. 세세하게 신경 쓴 티가 나네요.
신동욱:
제가 글은 잘 못써도 꼼꼼한 편이거든요(웃음).

Q. 작가가 아닌 ‘배우 신동욱’으로서 나서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신동욱: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전 이제 막 세상에 나왔어요. 근 5년 동안 정말 두문불출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온 기분이었어요. 사람들의 요즘 모습들도 다 처음 보고… 배우로서 활동도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약간의 적응시간은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젠간 방송에서 잘할 수 있겠죠?(웃음)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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