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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로그] 수지, 맞혀봐 어느 쪽이게?

▲솔로 음반을 발표한 가수 수지(사진=JYP엔터테인먼트)
▲솔로 음반을 발표한 가수 수지(사진=JYP엔터테인먼트)

스스로 만들어 입은 것이든 혹은 타인에 의해 억지로 씌워진 것이든, 실제와 비슷하든 혹은 다르든, 허구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은 연예인의 숙명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연예인들을 만나면, 때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동질감, 안쓰러움, 결국 머리에 맴도는 건 ‘그게 가능할까’라는 회의감이다.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의 첫 솔로 음반이 발표됐다. 신곡을 들으며 리뷰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댓글을 발견했다.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가 수지의 장점인데 왜 자신의 장점을 걷어차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묘한 기시감이 들어 기억을 더듬다보니, 지난해 12월 가수 아이유가 단독 콘서트에서 털어놓았던 얘기가 가슴에 걸렸다.

“정말 하고 싶은 작업이었는데 막상 음반 프로듀싱을 시작하려니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나를 미워하는데, ‘나 밝고 건강합니다’ 하는 노래를 냈다가 그에 대한 평가에 더 주눅 들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정은 ‘나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음반을 만들면 되지’였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음반이 ‘챗셔(Chat-shire)’입니다.

‘챗셔’에서 아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들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인지 맞혀보라고 도발하거나(‘스물셋’), 스스로를 모두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는 ‘그 여자’로 설정한다(‘레드 퀸’). 혹자는 이런 아이유를 두고 발칙하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건 그냥 아이유였을 뿐이다. 허구의 이미지들과 진짜 이지은의 모습 사이에서 방황하던.

▲솔로 음반을 발표한 가수 수지(사진=JYP엔터테인먼트)
▲솔로 음반을 발표한 가수 수지(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다시 수지의 음반으로 돌아와 보자. ‘예스? 노?(YES? NO?)’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음반은 아무것도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성격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만큼 어반 알앤비, 일렉트로니카, 발라드 등 수록곡의 장르 또한 널을 뛰지만,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테마는 동일하다. 혼란과 불확실성. 타이틀곡 ‘예스 노 메이비(Yes no maybe)’에서는 이별한 연인을 향한 모순된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난로 마냥’에서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애매한 거리 때문에 고민한다. 거짓된 평화를 얘기하는 ‘행복한 척’이야, 말할 것도 없다.

혼란스러움을 노래하는 수지의 태도 또한 두루뭉술하고 불확실하다. 이별을 얘기하거나 그리움을 떠올릴 때에는 좀 처절해질 법도 한데 수지의 목소리는 오히려 시니컬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흡사 자신의 감정을 한 발자국 물러난 곳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 ‘예스? 노?’ 속 수지는 그동안 소비되던 방식, 즉 밝고 건강한 명랑 소녀 이미지와 정 반대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예스? 노?’는 수지가 만들어낸 그녀의 또 다른 페르소나다. 수지가 자신의 혼란을 ‘진실’하게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허구’의 인물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획득하고자 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수지는 지금 새로운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보여준다. 대중이 기대하거나 소속사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그녀 자신에게서 시작된 욕망. ‘예스? 노?’가 의도한 것은 진실한 자아의 고백일까 아니면 그저 이미지의 전복일까. 수지가 묻는다. “맞혀봐. 난 어느 쪽이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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