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월화드라마 ‘역적’ 김상중의 열연이 돋보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사극을 보게 된 시청자들의 감상평도 활발하다. 게시판에는 유독 김상중의 연기에 대한 감사 인사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비단 시청자 뿐 만 아니다. 드라마 강국 MBC도 간만에 체면을 살렸다. ‘역적’ 시청률 상승에는 김상중의 연기력과 존재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중이 매회 변화무쌍하게 ‘역적’의 아모개를 만들어가는 동안 드라마에 대한 호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물론 시청률에도 반영되고 있다. 1회 8.3%, 2회 10%, 3회 10.5%, 4회 1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매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역적’은 연산군 시대 실존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드라마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내야 한다. 30부작인 이 드라마는 초반에 극의 서사를 잘 풀어내야 후반부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들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가진 자가 김상중이다. 그는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 역으로 등장해 본격 홍길동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고 있다.

김상중은 첫 회부터 아모개 일가의 몰락 과정 속에서 씨종이라는 운명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절망을 절규로 표현했다. 세상이 만든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련은 계속됐다. 막내 아들 길동(아역 이로운, 성인 윤균상)이 반역자가 될 운명을 타고 난 힘 센 아기장수였기 때문이다.
이후 주인댁의 탐욕이 만들어낸 계략으로 아내는 죽음을 맞았고, 아모개는 아기장수 길동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대신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신분과 돈을 목숨보다 중요시 여긴 잔악무도한 주인댁을 향한 분노와 자신의 무능을 책망하는 울분 섞인 그의 눈물은 시청자들이 마음을 울렸다. 지지부진하게 끌지 않는 전개와 현실의 부조리함을 일깨우는 통쾌함이 ‘역적’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김상중은 캐릭터의 상황적 감정을 끌어내는데 탁월하다. 아모개가 재산을 몰수당하는 장면, 아내 금옥(신은정 분)이를 떠나보내는 장면, 조참봉(손종학 분)의 목을 베는 장면에 몰입하며 아모개 일가의 굴곡을 표현했다.
그래서 김상중의 연기는 더 묵직한 울림을 줬다. 3회까지 눈물, 콧물을 쏟으며 기득권을 향한 분노와 울분을 토해냈던 김상중은 지난 7일 방송된 4회부터 표정을 싹 바꿔 능글맞은 웃음을 장착한 채로 수완 좋은 장사꾼으로 변신했다. 큰 어르신이 되고나서는 씨종 출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근엄함과 카리스마를 장착한 아모개의 앞날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
김상중의 첫 노비 역할 도전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의 새로운 인생캐릭터 탄생이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그런데 말입니다”란 유행어로 한동안 각인됐던 김상중은 사투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아모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