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파를 통째로 넣어 만든 백숙부터, 지글지글 구운 돼지 내장을 곱게 썰어 넣은 파전까지 봉사자들이 헌신으로 차린 한 상을 만나본다.
마음에서 손으로 손에서 또 다른 이의 손으로 전하는 따뜻한 한 끼, 나눌수록 더해지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데운다. 홀로 사는 어르신,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 작은 몸으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병환과 맞서 싸우는 전사들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으로 갓 지은 밥 한 끼를 대접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온다는 사람들, 바로 봉사자들이다.

거리에 우두커니 놓인 장독 하나. 아는 사람만 아는 장독의 비밀은 바로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장독에 가득 쌀을 채우는 한용걸 신부. 단 한 사람이라도 진정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면 만족한다는 그는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해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한 끼를 만들고 있다.

늘 준비하는 주요리는 바로 주먹밥이다. 많은 양을 만들 수 있고, 간편하게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 멸치, 김 가루, 단무지까지 작아 보이지만 들어갈 건 모두 들어간 실속 있는 한 끼이다. 아무리 맛있는 주먹밥이라도 먹다 보면 금세 목이 막힐 수도 있으니 준비한 또 하나의 음식은 바로 된장국이다. 직접 담가둔 된장으로 된장국을 끓이면 깔끔하면서도 풍미 있는 맛이 입을 자극한다. 그리고 한 끼 식사를 위해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어묵탕까지. 손끝으로 전하는 훈훈한 마음 덕분에 차가운 거리의 공기가 따뜻해진다.

한없이 바쁘게 세상을 살다 보면, 아이들도 모두 자라 출가하고 혼자 남아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일이 많아지곤 한다. 그 시절 함께 놀던 동무들의 소식은 끊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로당 혹은 노인회관까지 전부 문을 닫았으니, 말동무라고는 혼자 떠드는 텔레비전뿐이다. 홀로 사는 이성예 어르신은 그런 그녀를 찾아오는 아주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말동무이자 밥동무까지 돼 주는 봉사자들이다. 주기적으로 맛있는 식사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들고 어르신을 찾아온 뒤 친구처럼 동생처럼 도란도란 시간을 보낸다.


여기 꽃보다 아름다운 할배들이 있다. 자칭 ‘꽃할배 봉사단’이다. 정년퇴직한 이들이 모여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이 모임의 계기라는데. 노년을 의미 있고 따뜻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요리를 배우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만들었고, 이제는 그들의 요리 실력으로 따뜻한 한 끼를 전해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음식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할배들은 만났다 하면 요리부터 시작하고 보는데 이들의 오늘이 궁금하다.


그릇, 옷, 장신구, 전압기 등 없는 게 없는 이곳은 바로 성북구의 나눔 가게. 물건들이 새 주인을 찾으면 전액 뇌종양 환우들의 치료비로 후원을 한단다. 뇌종양협회 회장 이나경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사실 아들 때문이다. 다섯 살에 뇌종양 판정을 받고 2년 만에 곁을 떠난 천사 같던 아들이 나경 씨가 지금까지 타인을 돕는 생활을 하게 해 준 원동력이다. 그런 나경 씨와 함께 하는 든든한 버팀목인 봉사자들은 평소 이곳에 모여 환우들을 위한 모자를 뜨거나, 음식을 만들어 집밥이 그리운 환우들에게 전달한다. 오늘도 역시 그 따뜻한 마음을 담기 위해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