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문인과 예술가들의 고향인 예향 목포,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이 정박해 있는 인생항구 목포를 소개한다.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땅 끝 산, 유달산은 목포의 어머니 산이다. 유달산 노적봉(露積峰)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지형을 이용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곳으로, 이 봉우리에 이엉을 덮어 마치 조선군의 군량미를 쌓아 놓은 듯 꾸며 수많은 병사와 충분한 양곡이 있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일본군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개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세사의 맨 앞줄에서 풍파를 헤치며 오늘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꽃피운 목포를 기념해 만든 ‘새천년 시민의 종’을 김영철이 타종하며 목포 한 바퀴를 시작한다.

오직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빵이 있다.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맛있어서 두 번 놀란다는 미추리 빵이 그것이다. ‘못난이’의 전라도 옛말인 ‘미추리’는 그 이름처럼 크고 투박한 모양으로 빵 안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지만 자꾸 손이 갈 만큼 맛있다. 50년 세월 동안 미추리빵을 만들며 살아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 곁을 18년째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아들. 어머니에게 미추리빵이란 가족의 생계를 잇게 해 준 고마운 빵이다.

◆목포만의 후식짜장면, ‘중깐’을 요리하는 80년 노포
목포의 원도심을 걷다가 김영철은 ‘중깐’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적힌 한 식당을 발견한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이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그리고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가 이어온 중식당이다. 목포에만 있는 특별한 메뉴라는 일명 ‘중깐’은 중화요리를 먹은 손님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후식짜장면이라는데. 간짜장과 달리 중깐은 채소와 고기가 더 잘게 다져져 들어가며, 면발이 짜장면보다 훨씬 가느다란 게 특징이다. 왕윤석 씨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가 개발한 중깐은 처음엔 후식용이었지만 이제는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한 자리에서 80년 노포를 이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족의 역사를 훈장 삼아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 이어가는 오래된 중국집의 중깐은 이제 목포 사람들이 사랑하는 목포의 맛이 되었다.

목포의 북촌은 예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란 문인들의 생가와 집필실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예쁜 동네다. 오래된 동네 북촌 골목길 안에선 문화도시 목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문인과 음악인들이 예술혼을 불태웠던 목원동, 북교동 일대엔 극작가 김우진, 차범석 등 근대문화사의 거장들의 자취가 그림과 글귀로 장식되어 있다. 예술이 골목의 풍경으로 남아 말을 거는 북교동 골목을 걸으며 배우 김영철은 예향 목포의 향기에 흠뻑 빠져본다.

3월의 목포는 갑오징어 말리는 계절이다. 10월부터 잡히는 갑오징어를 들여와 다듬는 작업을 해 3월 한 달 동안 일 년치 돈이 될 갑오징어를 말리느라 동네 어머니들이 총출동된다. 자식을 위해 수십 년간 물속에 들어앉아 종일 갑오징어를 다듬어온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인생전선의 용사들이다. 갑오징어 덕장을 운영해 온 천기자 씨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혼자 두 자식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남편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준 동네 어머니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는데... 따스한 봄 햇살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엄마의 인생갑옷 같은 갑오징어 마르는 풍경을 만난다.

목포 원도심의 중심인 오거리는 예향 목포의 뿌리를 이룬 공간이자 근대도시문화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이곳에서 20년째 홍어 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를 만난다. 부부의 고향인 진도에선 예부터 잔칫날이면 홍어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홍어의 품질에 최선을 다하며, 오로지 흑산도 홍어만을 고집한다는 부부. 자부심으로 이어온 홍어 집의 역사를 이제 첫째 딸과 사위가 함께 이어가고 있다. 목포의 역사 오거리를 지켜온 가족의 홍어삼합 한 상을 김영철이 맛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