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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준필] '백악관 초청' 방탄소년단(BTS)과 'EPL 득점왕' 손흥민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31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사진제공=The White House)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31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사진제공=The White House)

2016년경 유행하던 '짤(사진)'이 하나 있다. '짤'의 제목은 '손흥민 원사'로, 누군가 2013년 상무 소속 당시 이근호의 사진 위에 나이든 손흥민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다. 이 사진은 병역 특례를 받지 못하고 부사관으로 입대한 손흥민이 원사까지 진급한다는 미래를 담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원사 손흥민'이 존재하는 평행세계는 사라졌다.

만약 손흥민이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면, '원사 손흥민'은 커녕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장면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가 지난 5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골든부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이투데이DB)
▲아시아 선수 역대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가 지난 5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골든부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이투데이DB)

손흥민만큼 국위선양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예방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혐오범죄와 포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엄청나면서 "이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메시지 때문이고, 이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칭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도 인정한 'BTS의 영향력'은 당분간 '개점휴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바로 군대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병역법에 따르면 문화 훈·포장을 받은 대중예술인으로 국위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신청서를 제출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거쳐 입대를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1992년 12월생 맏형 진은 올해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올해가 지나면 내년에는 입대해야만 한다.

일각에선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1위,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대상, 그래미 어워즈 2년 연속 후보 등 국위선양 및 인지도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예술요원으로 편입, 대체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대중문화 분야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건의 병역특례 관련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미국 백악관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사진제공=The White House)
▲미국 백악관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사진제공=The White House)

우리나라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에 관한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에게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59%가 '특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적용에 긍정적이며, 지지하는 정당 등 정치적 성향별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30대 남성 중 81%가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가장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대 비율은 33%였다.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익을 추구하는 BTS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국방의 의무는 누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되는 '예술·체육 요원'도 다른 방식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법에서 인정한 것이다. 지금은 병역법과 통폐합된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1989년 12월 30일 제정, 1990년 4월 1일 시행) 1조에서는 해당 법률의 목적을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을 기하고 군소요인원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편입 방법도 분야와 종목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상하면 체육요원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예술 요원의 경우엔 좀 더 세분화 돼있다.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 음악경연대회(28개), 국제 무용경연대회(9개), 국악·한국무용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 예술경연대회(5개)에서 입상한 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5년 이상 전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예술 요원으로 추천 받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 2022 백악관 예방(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2022 백악관 예방(사진제공=빅히트뮤직)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2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게이머들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개최되고, '롤' 국가대표들이 금메달을 땄다면 이들은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e스포츠 뿐만 아니라 비보이 댄스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비보이 댄스 국가대표들 또한 금메달이 유력해 보인다.

이러면 또 누군가는 불만을 터트릴 수 있다. 게이머들과 댄서들도 혜택을 받을 길이 있는데,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 세계에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탄소년단의 사례가 있는데 왜 대중예술인은 안 되는지 반문할 수 있다. 논의의 핵심은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가 아니라 '각자에게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주자'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논의의 시작일뿐이다. 방탄소년단을 보며 꿈을 키운 제2의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어워즈에서 상을 탔을 때, 그때 가서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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