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각방을 시작한 두 부부의 이야기와 집을 탐구한다.
◆중년 부부의 ‘따로 또 같이’ 집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전원주택 단지촌. 경사지였던 땅에 옹벽을 세우지 않고, 자리 잡은 주택이 있다. 이 주택의 외관을 보면, 넉넉하게 만들어진 처마 공간과 둥근 모양으로 마무리된 집의 코너 공간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혹여라도 집 외관의 코너가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을까 우려한 건축주의 마음이 담겨있다.

부부는 고민 끝에, 가족끼리도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라는 컨셉으로 집의 설계를 고민했다. 완성된 집은 1층과 2층이 한 채, 1.5층과 2.5층이 다른 한 채가 되고, 이 두 채를 2층의 사이 테라스가 이어주는, 두 채의 공간이 담긴 집으로 지어졌다. 화장실만 4개, 출입구도 3개를 만들었을 정도로 확실히 공간이 분리된 집이다. 각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배치된 방은 현재는 아내와 남편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각각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성인이 된 두 자녀 역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택에 이사 오고 나서, 갱년기와 은퇴의 우울증이 찾아온 부부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이 위기를 쉽게 넘기지 못했을 거라 말한다. 예민해진 시기, 서로 부딪히기보다는 온전히 본인만의 공간이 주어진 주택을 통해서 그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는 주변 집들에 비해 유난히 특별한 외형의 집이 있다. 바로, 기와 올린 단층집에 동그라미와 세모와 네모가 붙은 형태의 집.
건축주 부부는 50대가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편안하고 잠을 잘 자야 하는데, 부부의 수면 습관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저녁 8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드는 아내와, 밤 12시까지도 깨어있는 남편. 따뜻한 게 좋은 아내와, 시원한 게 좋은 남편.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6년 전, 이 집을 설계하면서 부부 개인의 공간에 대한 고민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모 공간은, 건강한 황토방과 편백 나무 방을 원했던 남편의 방이 되었고, 거실과 분리되는 주방과 아내의 개인 화장실 공간으로 네모 공간을 사용 중이다. 동그라미 공간은 시원하게 등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남편의 바람대로 지붕 없이, 둥근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노천탕으로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