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지훈 기자]
1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에서는 ‘싱크홀 공포 – 내 발밑이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싱크홀, 자연적 현상인가? 자연의 역습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예상할 수 없어 더욱 무서운 싱크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토양과 기반암의 사이 빈틈에는 지하수가 저장되어 있다. 암석 중 석회암, 암염, 석고는 지하수에 녹으면서 지하에 빈 공간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공동(空洞)이라 일컫는다. 이 공동 상부의 지반이 무너지면 싱크홀이 되는 것이다. 공동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각종 공사나 상하수관 파손 등의 원인으로 인해 지하 토사가 빠져나가 공간이 생성되고 그 공간으로 표층이 무너지며 싱크홀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대한민국 역시 연평균 191건의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싱크홀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싱크홀을 살펴보면, 그 일대에서만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1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11월 21일 발표된 부산 사상구 싱크홀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에 발생한 싱크홀은 ‘공법 변경’과 ‘빗물박스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시에서는 9월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조사도 실시하여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토 대부분은 단단한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외국에 비해 싱크홀 발생이 드문 편이다. 그러나 2000년 1월 8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 깊이 19m, 넓이 100㎡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벌어졌다. 방앗간 창고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무안 싱크홀’은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 무안은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8천여 개의 관정을 뚫었다. 그로 인해 공동이 생기며 땅이 내려앉게 되었다.
이처럼 싱크홀의 발생 원인이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안의 사례와 같이 지하수위로 인해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있는 사해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가장 큰 하천인 ‘요르단강’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시리아 세 국가의 국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 나라는 대표적인 ‘물부족 국가’로, 요르단강의 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를 끌어다 쓰며 사해로 흘러 들어갈 물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이 교수는 “싱크홀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수 관리”라는 말과 함께 10년 전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사례를 소개했다. 2014년 송파구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5개의 싱크홀이 발생하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심지어 차도 3~4m 아래에서 발견된 대형 동굴은 벽과 천장이 계속 무너지고 있던 상황으로, 조기 발견으로 대형 참사는 막았으나 전국에 충격을 준 사건으로 남아있다. 당시 조사 결과, 지하철 9호선 공사의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2016년 지하안전관리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대형 공사장에서는 도로 함몰 전담 관리원을 배치하여 안전 관리와 대비에 주의하는 등 지하수 관리 강화에 힘쓰게 되었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싱크홀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이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극한의 가뭄과 폭우 모두 싱크홀을 많이 발생시키는 원인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시 장마 기간에 싱크홀 신고가 급증한다. 폭우로 반지하의 비극이 일어났던 2022년 역시 싱크홀이 다수 발생하였다.
2010년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서는 지름 20m, 깊이 약 9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이는 화산재로 이루어진 연약한 지반에 노후 관로 누수로 공동이 생성되었고, 열대성 폭풍이 폭우를 몰고 와 토사가 유실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폭염과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된 튀르키예 코니아에서는 무분별하게 진행된 지하수 개발로 인하여 싱크홀이 급증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싱크홀 발생이 증가한 곳으로는 캐나다와 시베리아 등의 툰드라(영구동토) 지역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며 동토층이 유실되거나 동토층 아래 가스 유출로 인해 공동이 생성되며 지반침하가 일어나는 것이다.
“싱크홀은 추우면 생기지 않냐”는 패널의 질문에 이 교수는 “불행히도 그렇지 않으며, 한파가 지속돼도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그는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삼한사온의 패턴이 깨지며 땅이 얼어 생기는 동결층이 깊어지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땅의 응집력이 약화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싱크홀과 더불어 도로 위의 지뢰로 불리는 도로 파임, 포트홀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도로 파임 발생 월별 현황을 살펴보면, 장마철인 7~8월은 포트홀이 다량 발생하며 해동과 냉동이 반복되는 1~3월 역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이 교수는 “포트홀을 통해 지하로 내려간 물이 싱크홀을 만드는 공동을 넓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포트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싱크홀이 갈수록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조건에 놓여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비율을 높이면 싱크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사의 설명이다. 싱크홀의 주요 원인이 되는 노후 상하수도관과 굴착공사장 주변 점검을 강화하고, 상하수도 노선 설계도면을 전산화하여 공공 열람과 당국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지표 근처의 문제를 찾아내는 ‘지표투과 레이더’를 통해 공동과 노후 상하수도관 파손 등을 탐지하여 공사 현장 지하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해야한다.
지하 수위 변동 관측 역시 필요한데, 지하수위 변동을 면밀히 관측하면 지반 약화와 싱크홀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하여 지반 조건, 지하 시설물, 침하 이력 등을 기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하 개발이 활발한 만큼 주요 도시의 땅속 정밀 자료가 필수인 상황이다.
이 교수는 보도블록에 틈이 생기거나 울퉁불퉁할 경우, 도로 위 물이 흐르지 않고 어디론가 고이는 경우 ‘지역번호+120’ 또는 ‘112 교통민원센터’나 ‘해당 지역 지자체 민원센터’로 싱크홀 의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태양계 바깥으로 진행된 우주 탐사에 비해 지금까지 직접 탐사한 지질의 깊이는 불과 12km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아는 땅속의 정보는 바늘로 사과 껍질을 찔러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지하 안전에 대한 인식 범위 확대를 촉구하며 “지하 공간 정보화와 땅속 안전관리 체계화 방안이 마련되고, 시민들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싱크홀 사고 빈도를 줄이고 대형 사고 역시 막을 수 있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