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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빅뱅 메이드’ 빅뱅 덕후들, 계탔네

▲'빅뱅 메이드' 포스터
▲'빅뱅 메이드' 포스터

대한민국 음악 산업에서 빅뱅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분명 특출하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에서 새로운 음악적 문법, 혹은 새로운 음악 유행을 선보여 온 게 빅뱅이다. 연예인들의 연예인, 시대의 아이콘, 유행을 이끄는 얼리어답터 등 빅뱅을 수식하는 범상치 않은 단어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그들이 데뷔 10주년 맞았다. 그리고 13개국 32개 도시에서 펼쳐진 월드투어를 담은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를 내놓았다. 그러니까, ‘빅뱅 메이드’는 빅뱅이 자신들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의 일환이다. 다분히 팬들을 의식한, 팬들을 위한, 팬들에 의한.

무려 340일의 시간을 기록했으니, 다큐에 담을 수 있는 영상은 차고 넘친다. 결국 어떤 모습을 취사선택하느냐가 관건. ‘빅뱅 메이드’의 선택은 예상을 크게 빗겨가지 않는다. 아티스트로서의 빅뱅을 조망하고, 20대 청춘들로서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들춰내고, 빅뱅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 온 스태프들(안무팀장,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등)을 소개하며 그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한다. 딱히 색다를 것 없는 안전한/안일한 구성이지만, 멤버 개개인이 지닌 개성에 힘입어 그만의 보편적 재미를 획득한다.

‘빅뱅의 팬임에 자부심’을 느낄만한 장면과, 팬들이 궁금해 하는 ‘우리 오빠’의 숨겨진 면모도 수두룩하게 담겼다. 뭔가에 꽂히면 끝장을 낼 기세로 파고 파고 또 파는 태양의 불굴의 의지, “무대 뒤에서 차갑게 해야 무대 위에서 뜨겁게 보려줄 수 있다”는 대성의 날선 시선, 탈진한 상황에서도 기어코 자신의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지드래곤의 프로페셔널한 면모는 물론, 탑의 ‘찰진 욕설’까지도 가감 없이 담겼다.

아이돌에겐 금지어에 가까운 욕설까지도 걸러내지 않고 공개한 이유? 아마도 빅뱅이기 때문일 게다. (빅뱅의 팬들이라면 ‘우리 오빠가 어떻게 욕을!’이라고 놀라기보다는, ‘어머! 우리 오빠 박력’이라고 할 공산이 커 보이는데) 이러한 지점이야말로 빅뱅이라는 팀이 지닌 독자성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멤버의 욕설을 대범하게 공개함으로써 빅뱅이라는 팀이 지닌 독창적인 위치를 새삼 일깨우는데, 그런 의미에서 ‘신의 한 수’라는 느낌도.

‘남들과는 다른 것’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호해 온 빅뱅답게 다큐 역시 일반적이지는 않다. 2D 외에도 스크린X 버전이 추가로 제작됐다. 스크린X는 극장 정면 스크린뿐 아니라 양옆 벽면을 함께 사용해 3면 270도 입체적 화각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빅뱅의 콘서트를 상당히 실감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좋아하는 멤버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정면에서 지디와 태양이 노래를 부를 때, 양옆 화면에서는 탑이 랩을 하고 승리와 대성이 댄서들과 춤을 추는 식이니까.

한때 아이돌 콘서트를 3D로 찍는 다큐멘터리가 붐을 일으키다가 조용히 사그라진바 있는데, 그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한 방식이다. 티켓을 구하지 못해 빅뱅 콘서트를 놓친 이들에게 스크린X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 될법하다. 게다가 2D보다 스크린 X버전 상영시간이 더 길다. ‘빅뱅 메이드’를 단독 개봉하는 CGV와 제작사 YG엔터테인먼트의 사업수완이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빅뱅 메이드’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빅뱅의 YG 재계약과 군대문제로 이야기를 닫는다. 열세 살 때 YG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지드래곤은 YG를 ‘집’이라고 표현했다. 탑은 “사람에게 누구나 존재 이유가 있다면, 저희 다섯 명은 그냥 빅뱅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아이돌이 해체되고 사라지는 비정한 환경 속에서 빅뱅은 ‘빅뱅 메이드’를 통해 다짐하는 듯하다. ‘영원’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당신들과 함께 한 지금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않겠노라’고. 그런 의미에서 ‘빅뱅 메이드’는 빅뱅이 팬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다독임 같기도 하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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