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젊군요. 열기는 뜨거운데 공감을 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가수 심수봉이 20~30대 관객들을 둘러보며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두어 곡 쯤 불렀을까. 심수봉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여러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 위치한 ‘2016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의 첫날 공연이 열렸다. 가수 박시환과 박재정의 무대로 포문을 연 이날 공연은 조형우, 장재인, 악동뮤지션, 케이윌, 심수봉, 이승환 등 총 8개 팀을 무대에 올려 세웠다.
박시환과 박재정이 감미로운 발라드로 관객들의 마음을 간질였다면 조형우와 장재인은 에너제틱한 무대로 자라섬 일대를 예열했다. 악동뮤지션이 등장했을 땐 이미 많은 관객이 스탠딩존을 빽빽하게 메웠다. 공연장 한쪽에는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악동뮤지션의 열성 팬들이 자리를 잡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부터 ‘200%’, ‘리바이(RE-BYE)’, ‘다리 꼬지마’까지 부르는 노래마다 ‘떼창’이 터져 나왔다. 악동뮤지션은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관객들을 웃겼고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홀렸다. 록페스티벌이나 힙합 공연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뜀박질이 악동뮤지션의 무대에서도 가능하더라. 일찍부터 땀에 젖은 관객들에게 이찬혁은 아낌없이 물을 뿌렸고 그럴수록 객석의 온도는 더욱 달아올랐다.

오후 4시, 케이윌이 무대에 오를 무렵에는 태양이 마지막 작열을 시작했다. 관객들은 태양을 피해 우산 밑으로 나무 밑으로 숨어들었다. 태양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수많은 팬들은 더위를 불사하고 스탠딩존에서 케이윌을 맞이했다. 케이윌은 ‘러브 블라썸(Love Blossom)’, ‘선물’, ‘나가면 고생이야’, ‘말해 뭐해’ 등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세트리스트로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눈물이 뚝뚝’,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와 같은 발라드 넘버가 흐를 때엔 모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심수봉의 무대는 관객들에게도 심수봉 자신에게도 새로웠다. 곳곳에서 중장년층 관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무대 가까운 곳에는 여전히 2~30대 관객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심수봉이 활동했던 70년대와 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웬걸. “여러분이 공감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심수봉의 우려를 관객들은 말끔히 씻어냈다. 나훈아를 대신해 ‘여자이니까’의 남성 파트를 열성적으로 따라 부르는가 하면 심수봉의 요청에 따라 ‘아리랑’을 소리 높여 부르기도 했다.
관객들은 스펀지처럼 음악을 빨아들였다. 스탠딩쪽 뒤편에서는 두 명의 여성 관객이 성인 가요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가히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휘파람으로 환호를 대신하던 중년의 남성 관객이나 손을 꼭 맞잡고 음악에 귀 기울이는 커플들, “심수봉 언니, 리스펙(respet)한다”며 까르르 웃던 젊은 관객들의 모습이 풍경처럼 어우러졌다.
1999년생 이수현부터 가수 경력 30년의 심수봉까지, 관객들은 열린 마음으로 반가이 맞이했다. 21세 이찬혁이 오빠가 되고 60대의 심수봉이 언니가 되는 곳. ‘2016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의 시간은 음악 안에서 재구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