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추석 연휴, 드라마 정주행을 위한 최적의 시간이다. 평소라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마음 놓고 TV보기가 가능하다. 공부, 업무의 압박을 떠나 죄책감 없이 몰입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자.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무려 5일간의 추석 연휴다. 본방사수에 실패한 화제작의 흐름을 따라잡고,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몰아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특히나 나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드라마는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된다.
노희경, 김은숙, 김은희, 박지은 등 ‘믿고 보는 작가들’의 대표작은 물론, 마이너 감성을 자극한 독특한 드라마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 선택마저 가능하다. 일상인 듯 판타지 가득한 드라마 세계에서 잠시나마 머릿속을 비우며 연휴를 즐기자.
시그널(tvN, 16부작, 2016)
“이재한 형사님” “박해영!”
그냥 이름만 불렀는데, 명대사로 기억되는 드라마.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우리의 시간은 이어져있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무전)로 연결된 현재(이제훈 분)와 과거의 형사(조진웅 분)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친다.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디테일한 사건 전개는 섬뜩함을 줬지만, 조진웅 김혜수의 시공간을 넘나든 사랑은 무서움을 환기시킬 만큼 애틋하다. 작가 김은희의 이름에는 ‘갓은희’라는 별명이 붙었고, 방송 종영 전부터 시즌2를 희망한 시청자들의 지금까지 여전하다.
킬미힐미(MBC, 20부작, 2015)
7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재벌 3세 차도현(지성 분)과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차 의사 오리진(황정음 분) 사이에서 일어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사랑이 녹아 있는 힐링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극 중 다양한 인격으로 변하는 지성의 캐릭터에 맞춰 캐릭터별로 다른 응대 형태를 연기한 황정음은 지성의 변신된 인격 연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가을동화(KBS2, 16부작, 2000)
왠지 모를 쓸쓸한 계절, 가을에 딱 어울리는 이 드라마는 이름부터 슬픈 사랑이야기임을 암시한다. ‘겨울연가’ 윤석호 PD의 두 번째 계절 시리즈로 송혜교, 송승헌, 원빈이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렸다. 가을에 어울리는 가슴 아픈 멜로와 함께 송혜교의 아역을 맡았던 문근영의 앳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과연 다시 볼 수 있을 조합일지, 보는 내내 놀라움을 안길 톱스타들의 향연이다.

日 젊은 한류 열풍 ‘미남이시네요’vs 中 취향저격 ‘별에서 온 그대’(SBS, 16부작, 2009·2013)
일본 엄마들에 국한됐던 한류가 확 젊어지게 된 계기가 된 드라마가 ‘미남이시네요’이다. 남장을 한 여성이 아이돌 밴드 일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장근석과 박신혜는 지극히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일본 소녀들을 섭렵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대륙을 점령했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김수현 분)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기적과도 같은 로맨스는 중국 내 치맥 열풍까지 불러왔을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