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대중을 웃기는 광대입니다”
그렇다. 슬퍼도 웃어야 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다. 배우가 지닌 삶의 아이러니. 영화 ‘아수라’ 팀에게 지진이 발생한 밤은, 그러한 아이러니와 마주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지난 12일 오후 9시, 네이버 ‘V앱’ 무비채널에서는 김성수 감독과 배우 황정민·정우성·곽도원·정만식·주지훈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아수라’ 무비토크 라이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생방송에 임하는 ‘아수라’ 팀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시간, 전국이 지진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규모 5.1의 첫 번째 지진은 오후 7시 44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5.8의 두 번째 지진은 약 50분쯤 후인 오후 8시 32분쯤에 발생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연속으로 발생한 여진으로 온 국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전국이 지진과 촌각을 다투는 시간, 토크쇼를 진행해야 하는 ‘아수라’ 팀들로서는 여간 난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과, 네티즌과 일찍이 약속한 토크쇼행사를 무사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매순간 교차했을 테니 말이다.
이러한 배우들의 고충은 그들의 멘트에서 고스란히 녹아났다. 정우성은 마지막 인사에서 “사실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방송에 앞서 지진 소식을 듣고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며 “오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웃는 순간들이 많았다. 너무 웃고 떠든 게 아닌가 싶다. 혹시 저희의 이런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지진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길 기원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우성은 이 발언은 그가 네팔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힘 쏟아 온 과거와 맞물려 더 큰 울림을 던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명예사절로도 활동 중인 정우성은 네팔 대지진 피해자를 돕고자 5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남다른 봉사활동을 펼쳐 온 배우이기 때문이다. 토크쇼가 진행된 1시간 10분 가량의 시간 동안, 복잡 미묘했을 그의 심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배우들의 심정을 가장 의미심장하게 담아낸 이는 곽도원이었다. 그는 지진발생을 의식하며 “우리는 대중을 웃기는 광대입니다. 광대의 숙명이라고 생각하시고 이번 무비 토크를 좋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끝에서 가장 크게 감지되는 건, ‘진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