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주인공이 요상한 포즈로 머리를 감거나 남주인공이 쉴 새 없이 홍삼 농축액을 꺼내 먹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효과적인 상표 노출을 위해서는 탁월한 순발력과 센스가 요구되는 법. 다음은 각종 PPL 사례를 기반으로 비즈엔터가 작성한 가상의 방송 시나리오다. (추신. 부디 이 같은 PPL을 브라운관에서 보지 않길 바란다.)

사례 1) ‘구르미 그린 달빛’ - ‘은팔찌가 최고야’ 편
왕(김승수 분)이 이영(박보검 분)의 국혼을 서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윤성(진영 분)은 ‘지금이 기회’라고 여기며 홍라온(김유정 분)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혼란에 빠진 라온이 자리를 뜨려 하자 다급해진 윤성은 그의 팔목을 붙잡고, 그 바람에 이영이 선물해준 팔찌가 뜯어지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영은 분개하며 새로운 팔찌를 라온의 팔목에 채워주는데, 이름하야 청나라 특제 財二愛手治拿(재이애수치나) 팔찌. 순은으로 만들어 어떠한 공격에도 망가지지 않는다나 뭐라나.

사례 2) ‘달의 연인’ - ‘보보 컨실러’ 편
해수(이지은 분)가 만든 화장품 덕분에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된 4황자 왕소(이준기 분). 기우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왕소는 백성들의 신임과 존경을 얻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한편, 해수는 미래로 돌아가는 방법을 발견하고 고민 끝에 황자들과의 이별을 결심한다. 해수의 품에 남은 것은 왕소가 준 팔찌, 그리고 왕소의 흉터를 가려준 수제 화장품. 해수는 당시의 경험을 되살려 궁극의 커버력을 자랑하는 컨실러 제품을 개발하고, 왕소를 추억하며 제품명을 ‘보보컨실러’라고 짓는다.

사례 3) ‘질투의 화신’ - ‘병원비가 야속해’ 편
표나리(공효진 분)와 고정원(고경표 분)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이화신(조정석 분)의 질투는 날로 커지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한 채 음주와 흡연을 다시 시작하기에 이른다. 결국 화신은 병원을 다시 찾고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며 건강을 회복하는데. 그.러.나. 화신을 기다리는 건 어마어마한 병원비! 화신이 절망에 빠지려던 찰나, 사회 초년생 시절 멋모르고 가입한 삼송생명 보험 상품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사례 4) ‘삼시세끼’ - ‘소통왕 이서진’ 편
나영석PD는 진정한 자급자족을 실현하기 위해 이서진에게 “직접 배를 운전하라”고 요구하고 이서진은 어선 자격증을 취득해 직접 운항에 나선다. 그런데 이럴 수가. 어설픈 서진의 운전실력 탓에 일당은 당초 목적지를 벗어나 정체 모를 섬에 도착한다. 현지인들과 의사소통 문제로 난감해 하던 그 때, 서진이 능숙한 영어 실력을 뽐내며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놀란 모두를 뒤로 하고 그는 여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스피킹맥주로 미리미리 공부해뒀어야지.”

사례 5) ‘무한도전’ - ‘유재석의 위기탈출’ 편
10개월의 기다림 끝에 성사된 ‘무한도전’과 영화 ‘아수라’ 배우들의 추격전. 제작진은 양 팀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며 우승팀에게는 상금 300만 원을 하사할 것을 약속한다. 상금 독식을 꿈꾼 하하는 교통비를 든 채 사라져버리고, 유재석은 과거 “하하 씨 나 6000원 있어요”라고 애걸하던 때를 떠올리며 절망에 빠진다. 그 때 광희가 던진 한 마디. “형! 카드나 통장 없이도 출금이 가능한 ‘너네은행’ 모바일 통장 서비스를 사용해보세요.” 휴대전화를 활용해 개인 카드에서 돈을 인출한 재석은 광희와 택시를 잡아타고 유유히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