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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⑨]나홍진·박찬욱·김지운, 그 이름값 상당하네!

2013년과 같은 듯 달랐다. 2013년 충무로 빅뉴스는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귀환이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세 감독은 장르도 분위기도 다른 각자의 결과물을 들고 그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의 기성품을 만들기 싫었던 박찬욱 ‘스토커’라는 작가주의 영화를 내 놓았다. 반면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라는 서부극 장르로 돌아왔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에 영여권 배우들과 로케이션을 태워 당도했다. 이들 세 감독의 귀환은 다소 엇갈렸다. 흥행 면에서도 ‘스토커’와 ‘라스트 스탠드’가 기대 이사의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반면 ‘설국열차’는 국내에서 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봉준호라는 브랜드의 힘을 보여줬다.

올해 충무로 역시 세 유명 감독의 귀환으로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주인공은 나홍진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 대신 나홍진 감독이 앉은 셈인데, 이번에도 세 감독은 전혀 다른 질감과 스타일로 선택의 재미를 안겼다. 비평적으로 이야기 거리가 많았다는 점도 흥미로웠던 부분. 흥행에도 모두 안타를 때렸다.

# 괴력의 나홍진

포문을 연 것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 이다. 나홍진 감독이 창조한 이 지독한 영화를 보면 잠시 뭔가에 희롱 당한 느낌에 사로잡힐 수 있다. ‘방금 본 게 뭐지?’ 그것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당혹스러움보다는, 생경한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체험에 가깝다. 강렬하고, 박력 넘치고, 무시무시한데, 유머까지 머금은 괴력의 영화를 만난 느낌이랄까. 물론 ‘곡성’은 취향에 따라 이견이 홍해처럼 갈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성 영화들이 활개 치는 한국 영화판에서 이토록 예측불가능하고 뜨거운 기운의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희열이었다. 하향 평준화된 한국영화의 평균점수를 끌어올려주는 보기 드문 야심의 영화!

굿과 엑소시즘이 충돌하고, 동양식 귀신과 서양의 악마가 이미지적으로 대립하며, 스릴러와 오컬트적 면모가 뒤섞여 있는 ‘곡성’에 반응한 것은 국내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에 입성, 세계인들에게도 흥미로운 미로를 제시했다. 비평과 흥행의 행보한 동거였다.

# 박찬욱이라는 이름의 무게감

일본원작 만화에서 ‘올드보이’를 길어 올리고, 에밀 졸라 소설 ‘테레즈 라켕’을 매만져 ‘박쥐’를 내 놓았던 박찬욱 감독은 올해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아가씨’로 둔갑시켰다. 앞선 작품들이 그랬듯, 바다 건너 온 ‘핑거스미스’ 역시 박찬욱 만의 느낌으로 재탄생했다.

‘아가씨’는 거짓으로 물든 세계다. 이 세계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속인다. 거짓의 세계에 예기치 못한 욕망이 들어선다. 욕망들이 밀고 당기며 싸움을 벌인다. 누가 먼저 자기 안의 욕망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인가. 누군가 욕망을 받아들이고 솔직해지는 순간, 이 거짓의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아름답게. ‘아가씨’는 박찬욱의 여성에 대한 관심이 최전방에 서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단순히 레즈비언의 사랑을 그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 남성중심세계에 대한 반감과 조롱, 그리고 여성들의 진짜 목소리가 과감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목소리에 428만 관객이 응답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아가씨’이 성취는 해외에서 더 빛난다. 칸국제영화제로 포문을 연 ‘아가씨’는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 미술상, 보스턴온라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뉴욕온라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샌프란시스코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 12개가 넘는 해외상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상 경력을 추가해 가는 중. 해외에서 박찬욱이라는 이름인 지니는 무게감은 이토록 상상 그 이상이다.

# 장르 탐험가, 김지운

김지운 감독은 장르의 탐험가다. 그의 작품은 머무르는 법이 없다. 코미디, 공포, 느와르, 서부극, 탐정물…. 김지운은 프로젝트마다 늘 새로운 수를 둔다. 그러고 보면 놀라운 일이다. 매번 장르를 널뛰기 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작품마다 김지운이 보인다. 김지운의 소유격이라 부를만한 기묘한 뉘앙스. 언제고 그는 그것을 ‘덧없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덧없음’이라는 기표가 ‘김지운만의 색깔’을 가늠하는 셈이다. 그래서였다. 그가 워너와 손을 잡고 ‘밀정’을 만든다고 했을 때, ‘김지운의 색깔’이 어떤 식으로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의 시대에 투영될지 궁금했던 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김지운의 말마따나 ‘밀정’은 차갑게 시작해서 뜨겁게 끝나는 영화다. 누군가는 ‘밀정’을 두고 김지운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김지운의 인장들은 곳곳에 박혀 있다. 여전히 그의 인물들은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엇나가는 시선이, 쓸쓸한 뒷모습이, 풍부한 조명이, 미세한 정적이 이야기의 하나로 기능해 ‘밀정’만의 무드를 만들어낸다. 대동소이하게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 속에서 작품의 ‘독창적인 결’을 결정짓는 건, 결국 감독이라는 사실을 ‘밀정’을 보며 내내 하게 한다. 영화는 전국 750만 관객을 동원하며 ‘라스트 스탠들’로 주춤했던 김지운을 명성을 재확인케 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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