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오우리는 배우이면서 동시에 단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다. 그는 '엄마에게'(2019), '송유빈은 못 말려'(2020), '소라게'(2021) 등 단편영화 3편을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연출 경험이 배우로서의 시각도 넓혀줬다고 설명했다.
"연출의 경험이 있다 보니,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분석할 때도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기보단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해요. '선의의 경쟁'도 시나리오를 분석할 땐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아서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는데, 완성된 작품에는 감독님이 숨겨뒀던 의미들이 보이더라고요."
2021년 이후 약 4년 동안 연출보단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오우리는 연출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다시 메가폰을 잡을 날을 꿈꾸며, 틈틈이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대신 본인이 연출하는 작품에선 연기는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자아도취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걱정이 들더라고요. 연출도 잘하고 싶고, 연기도 잘하고 싶으니 욕심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그 욕심 때문에 스태프들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으니, 자중하고 한 가지만 잘하자고 생각했어요."
오우리는 자신의 출연작 중 '지옥만세'를 대중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립영화 '지옥만세'는 학교 폭력에 시달려 왔던 나미(오우리)가 행복하게 살고있는 가해자를 찾아 복수하려고 하는데, 그 가해자가 종교에 귀의해 너무나도 선한 사람으로 변해 고민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지옥만세'가 공개되고, 오우리는 "납득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선의의 경쟁'에선 시청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이 캐릭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관객들이 어떻게 해야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죠. 이번 작품에선 성에 일찍 눈을 뜬 최경을 설명하기에 어려운 장면들이 있었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시청자도 있었다는 걸 알아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어떻게 했어야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조금은 내려놓는 방법도 배웠단다. 오우리는 승부욕이 너무 심했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에 하나 지는 것이 싫어 가위바위보조차 하기 싫어했던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과도한 완벽주의는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경이 자기를 혹독하게 채찍질하다 결국 진정 자기가 원하는 걸 찾아가잖아요. 저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열심히 해야 해, 잘해야 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저를 지치게 하더라고요. 동료들이 응원도 해주고, 그들에게 칭찬도 해주면서 나를 좀 예뻐해 줘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생각처럼 잘 안 돼도 세상엔 재미있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오우리에게 차기 행보를 물으니, 졸업이란다. 숭실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최근 복학 후 학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남은 두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년 2월 졸업하는 것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곧 학교 다닌 지 10년이 다 돼가요. 하하. 그래서 우선 졸업이 목표입니다. 그것 말고는 인물의 서사가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선의의 경쟁' 우슬기처럼요. 그런 역할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