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9시 54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뇌종양 투병 끝에 별세했다. 고인은 유족과 가까운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눈을 감았다.
윤석화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출연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투병 사실을 알린 뒤에도 무대를 향한 애정을 놓지 않았고,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약 5분간 우정 출연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굵직한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연극계의 대중적 인기를 이끈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손숙, 박정자와 함께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평가받았으며, 커피 CF에 출연해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연극 배우 최초의 ‘스타성’을 증명했다.
대표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에서는 재즈 여가수 멜라니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마스터 클래스’(1998)에서는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했다. 2016년에는 예순의 나이에 ‘햄릿’의 오필리아로 무대에 올라 세대를 뛰어넘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극에 머물지 않고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94), ‘명성황후’(1995),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윤석화는 배우를 넘어 제작자이자 연출가로서도 족적을 남겼다. 2002년 대학로에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소극장 ‘정미소’를 개관해 실험적 연극의 산실을 만들었고, 2019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까지 ‘19 그리고 80’, ‘위트’ 등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연출했으며,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공연문화 저변 확대에 힘썼다.
입양문화 개선에도 적극적이었다. 아들과 딸을 입양한 그는 입양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개최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고인은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극·무용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합금융 대표와 아들, 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