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석이야."
최고 시청률 28.3%(닐슨코리아, 전국). 매 회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SBS '피고인', 그 중에서도 가장 숨막혔던 순간으로 차민호(엄기준 분)가 김석(오승훈 분)을 부르는 장면을 꼽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차민호가 김석에게 전화를 걸면 덤프트럭이 차를 밀어 버리거나, 누군가가 칼에 찔리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
석이를 연기한 오승훈(27)은 '피고인'이 첫 드라마인 신예다. '피고인'에 앞서 연극 '렛미인'에서 600대1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됐고, tvN 농구 예능프로그램 '버저비터'에서 주장으로도 활약했다. 현재는 연극 '나쁜자석'에서 주연으로 연기하고 있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기엔 화려한 이력이다. 오승훈을 모르는 사람들은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며 수근거리기도 했다고. 하지만 오승훈은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 아닌 6년 동안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온 준비된 배우였다. 배우가 되기위해 체중도 20kg 이상 감량했다. 무대와 드라마를 오가는 연기 열정을 불타우는 오승훈에게 같은 소속사 선배인 유준상은 먼저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 농구 신동에서 배우로
'비저버터'를 통해 입증됐듯 오승훈의 농구실력은 수준급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 그렇지만 부상이 이어지면서 제2의 인생,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 농구선수들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 키가 크면 스카우트 되는데, 저는 농구가 좋고 너무 하고 싶어서 6학년 직접 지원해서 시작했어요. 시작은 늦었지만 정말 좋아했던 운동이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입시 담당자들이 눈여겨 봐주시기도 했죠. 그런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손가락이 부러지는 걸 시작으로 다리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지고, 수술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이을 인대가 없어 이식 수술까지 받았어요. 결국 운동을 그만두게 됐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았죠."
평생을 걸었던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업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 오승훈은 '피고인'에 함께 출연했던 지성의 작품 MBC '뉴하트'를 떠올렸다.
"'뉴하트'를 보면서 의사라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 직업에 호감을 넘어선 감정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배우라는 일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농구를 그만두면서 스포츠 쪽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제가 연기라면 처음부터 시작해도 몰두해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오랜 고민 끝에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유명하다는 연기 학원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등록했어요."
◆6년의 기다림, 그리고 '피고인'
배우가 되기 위해 2년 간 밥 대신 닭가슴살을 먹고, 1인1식을 했다. 몸 만들기와 함께 연기 레슨도 꾸준히 받았다. 그럼에도 배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회사와 계약했다가 회사 대표의 사정으로 1년 가까이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직접 소속사를 알아보고, 오디션을 보러다니기도 했다. 현 소속사 나무엑터스도 직접 원서를 접수해 연습생 기간을 거쳐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운동을 하다가 연기를 한 거라 다른 예고, 연극영화과 출신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죠. '피고인' 후반엔 연극 연습과 '비저버터' 촬영 스케줄이 몰려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론 행복했어요. 정말 그동안 너무나 꿈꿔왔던 생활이거든요. 오히려 '피고인'과 '비저버터'가 막을 내린 지금 공허한 느낌도 들어요."
6년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지성, 엄기준이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은 신인 오승훈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첫 회에 정말 짧게 나오는데, 그것조차 볼 수 없었다"면서 그때를 떠올렸다.
"드라마가 처음이고 촬영 현장이 처음이다 보니 얼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엄기준 선배도 무섭고요. 엄청난 선배인데 석이로서 무서움을 느꼈던 거 같아요. 각목을 맞을 땐 정말 무서웠죠.(웃음) 그런데 정말 잘 챙겨주세요. 지성 선배도 제가 마지막 촬영에야 '뉴하트' 얘길 했는데 '보는 눈이 있다'며 '넌 꼭 잘 될 것'이라고 농담도 해주시고요. 다들 고맙고 감사했어요."
◆"청룡영화제 수상과 할리우드 진출이 목표입니다."
오승훈의 1차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다. "오승훈이 나오면 볼 만 하겠다"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청룡영화제'에서 상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그 이후의 단계는 할리우드 진출이다. 오승훈은 "아직 한국말로도 완벽하게 연기를 못하지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를 좋아해요. 가장 좋아하는 건 '해리포터' 시리즈고요. '해리포터'에서도 '초챙'이라는 아시아계 캐릭터가 나오잖아요. 그렇게 아시아계 배우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쫓는 것은 아니다. 데뷔작이 연극이었던 만큼 무대에 대한 애정과 욕심도 상당하다. 또한, 그는 유준상처럼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포부도 드러냈다.
"저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각자의 분야에서 희열을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요. 어떤 것이든 다 재밌어요. 연기 그 자체가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