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량 보존의 법칙’이 이렇게 기묘하게 지켜질 수 있을까. 외적인 화려함이 수그러드는 걸 받아들이는 대신 내적인 아름다움을 채우고자 했단다. “그러면 질량이 같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하는 이효리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모두 아름다웠다.
이효리는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여섯 번째 정규음반 ‘블랙(Black)’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블랙’은 이효리가 ‘모노크롬(MONOCHROME)’ 이후 약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음반으로 동명의 타이틀곡 ‘블랙’을 비롯해 총10개의 트랙이 수록돼 있다. 이효리는 대부분의 수록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은 물론 ‘텐미닛(10Minutes)’을 작업한 작곡가 김도현과 함께 음반 총괄 프로듀싱을 맡아 음반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이효리는 “컴백 시기를 미리 정해놓지 않았다. 뭔가를 만들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보니 공백이 길어졌다”면서 “멀리 뛰기 전에 잠시 뒤로 가는 느낌의 시기였다”고 공백기를 회상했다.

타이틀곡 ‘블랙’은 이효리가 작사, 이효리와 김도현이 공동 작곡한 노래로 자신의 본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검은 색에 비유해 표현했다.
언제나 가장 화려한 색으로 설명되어왔던 인물이지만 ‘블랙’이 보여주는 이효리는 덤덤하고 솔직하다. 그는 “이번에는 내 모든 것을 용기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밝은 면만 부각시키기보다는 내 자신을 내던져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효리가 ‘화려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질에 가까운 ‘블랙’으로 치장했을 때 이효리는 가장 화려하고 강인하게 보였다. 그는 “내 안에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고 그걸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면서 “그동안 화려함으로 사랑받았다면 이제는 화려하지 않은 면, 어두운 면도 사랑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블랙’이 이효리의 내면을 보여주는 노래라면 수록곡들은 이효리가 느낀 ‘세상’이 담겨있다. 촛불로 뒤덮였던 서울을 바라보며 만든 선공개곡 ‘서울’을 비롯해, 인도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화이트 스네이크(White Snake)’,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순리를 담은 ‘변하지 않는 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효리는 “그동안 발매했던 음반이 대부분 내 중심이었다. 내 자아가 강했더라. 나밖에 안 보였고 ‘내가 최고야’, ‘나 잘났어’라는 메시지가 많았다. 대중의 인기가 많아야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그동안 평범한 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내 얘기에서 ‘이런 얘기가 있는데 아세요?’ 라는 마음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고백했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대중의 인기와 직결되는 것이 ‘여가수’의 숙명처럼 여겨지는 것이 가요계의 생리. 이효리는 외적인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내적인 아름다움을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폭도 넓어지는데, 겉모습이 달라진다고 해서 관심이나 애정이 수그러드는 게 아쉬웠다”면서 “그걸 받아들이는 대신 내면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예쁜 얼굴로 사랑받았다면 이제는 깊이 있고 울림 있는 음악으로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효리의 새 음반 ‘블랙’은 이날 오후 6시 공개된다. 이효리는 5일 MBC뮤직 ‘쇼챔피언’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음악방송을 통해 팬들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