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TV에 밀린 케이블채널, 위성방송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7월 케이블채널 업체 딜라이브가 TV기반 OTT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위성방송 대표 KT스카이라이프가 OTT ‘텔레비’(TELEBEE)를 출시했다. 여기에 오는 11월 CJ헬로비전까지 TV기반 OTT 서비스 론칭을 예고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OTT 산업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푹, 왓챠, 티빙 등 국내 기반 업체는 고화질 다시보기 외에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 등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빠르게 회원수를 확장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 기업 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도 카카오TV, 네이버TV 등의 이름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계적인 방송 흐름도 OTT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방송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우수 드라마상 후보에 오른 7개의 작품 중 넷플릭스 작품이 3편, 훌루의 작품이 1편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수상작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은 OTT 사업자인 훌루의 오리지널 드라마다. 2013년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수상을 시작으로 OTT가 급성장한 것을 입증한다.
OTT 기업들에게 케이블과 위성방송이 손을 내민 것은 IPTV에 밀린 가입자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케이블TV 가입자 수(가구 기준)는 1529만 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점점 줄어들면서 2016년 12월 기준 가입자수는 1451만 명으로 집계됐다.
첫 주자 딜라이브는 OTT 글로벌 1위 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미국에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가입자수를 압도한 넷플릭스가 국내 케이블 사업자와 손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요소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TV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차별점으로 홍보를 시작했고, 1년여 만에 누적 가입자수가 10만 명을 돌파됐다. 뿐만 아니라 17개 지역SO 명칭까지 ‘딜라이브 OO케이블방송’에서 ‘딜라이브 OO케이블OTT방송’으로 변경했다. 후발주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왓챠와 손잡았다. 이를 통해 지상파, 종편 등 8개 채널(MBC 제외) 실시간 시청도 가능하고, 취향에 따라 PP채널을 추가할 수 있다. 채널 당 가격은 월 550원으로 책정됐다.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은 이미 2010년 ‘티빙’을 출시 하며 국내 OTT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2015년 SK브로드밴드 매각 결정 후 티빙은 CJ E&M으로 이관됐다. 매각은 무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OTT 경쟁력은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티빙스틱으로 TV기반 OTT 서비스를 기획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만큼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은 결국 유통 방식에 관한 비즈니스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나타나면 기존 시장은 잠식당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한국에서 IPTV가 케이블을 제압하고 주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점도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태 지역은 글로벌 OTT 기업들이 정복을 바라는 마지막 지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글로벌 OTT기업들도 한국의 케이블, 위성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알리고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김 연구원은 “아태지역에 대한 넷플릭스 가입자수 침투율은 2016년말 기준 10%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시장 진입이 늦었던만큼 넷플릭스는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딜라이브, 넷플릭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