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정석은 수렁에 빠진 MBC 월화극을 되살릴 수 있을까.
조정석, 혜리 주연의 MBC 새 월화드라마 ‘투깝스’가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투깝스’는 사기꾼 영혼이 빙의된 강력계 형사와 까칠한 사회부 기자가 펼치는 판타지 수사 로맨스를 담은 작품. 조정석은 주인공 차동탁 역을 맡아 사기꾼과 형사를 오가며 1인 2역 연기를 펼친다.
‘투깝스’는 이야기자체 만으로는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빙의를 소재로 한 판타지 물은 이미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장르이며, ‘투깝스’가 묘사하는 ‘사기꾼’의 모습은 코믹물 속에 등장하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 신선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판타지 코믹 액션 로맨스 심지어 휴먼드라마까지 너무 많은 장르를 담으려는 욕심도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투깝스’가 기대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건 작품의 중심에 선 조정석이라는 배우 때문이다. 정극과 코믹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이야기의 전개를 쥐락펴락하는 그의 실력은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입증됐다. “처음부터 조정석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했을 정도”라는 변상순 작가의 말은, 조정석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 그로 하여금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오현종PD는 장르 간 균형을 찾는 데 있어 조정석의 공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투깝스’는 조정석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동시에 조정석에게 모든 것을 거는 작품처럼 보인다. 조정석이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앞선 작품도 부담이 컸지만 ‘투깝스’만큼 큰 작품은 없었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한 명의 배우에게 사활을 거는 것은 도박이지만 그 배우가 조정석이라면 위험은 작아진다. 동시간대 1위 작품이 10% 초반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 다시 말해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는 배우의 출연만큼 든든한 무기는 없다. 시청자의 마음이 갈대만큼 쉽게 변하는 때이지만, 조정석의 연기력을 향한 믿음은 채널을 고정시켜 줄 힘을 가진다.
전작 ‘20세기 소년소녀’가 끌어오지 못한 시청자를 조정석이라는 이름이 가져올 수 있을까. ‘투깝스’가 MBC 월화극 부진의 역사를 끊고 역전 신화를 써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