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인터넷 개인방송의 한 코너였다. 가랑비에 옷 젖듯 점차 인기를 얻었다. 어엿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후에는 전체 팟캐스트 청취수 1위까지 차지했다. 다음은 지상파 입성이었다. 1회 15분, 6부 분량의 임시 편성이었지만 성원은 열화와 같았다. 방송국 총파업 기간에도 2회 연장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끝내 60분 정규 편성을 받아 내고야 말았다. 가히 2017년 최고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 이야기다.
‘영수증’의 파란만장한 편성사는 진행자인 김생민의 방송 인생과도 닮아 있다. 뚜렷한 ‘한 방’ 없이 가늘고 길게, 하지만 꾸준히 활동해 온 김생민은 데뷔 25년 만에 첫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인간 김생민의 절약 노하우와 연예인 김생민의 방송 노하우를 집대성해 보여줬다. 늘 힘주어 말하던 ‘절실함’은 대중의 응답으로 결실을 맺었다. 김생민과 ‘영수증’은 ‘해도 안 된다’는 염세적 풍토가 팽배한 가운데서도 ‘하면 된다’의 미덕을 일깨웠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 해 보자’의 계기까지 제공했다.
지난달 26일, ‘영수증’은 정규 편성 후 첫 회를 선보였다.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방송, 많은 사람들이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입을 모아 “‘영수증’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는 고백을 쏟아냈다. 이쯤 되면 공익 방송이라고 불러도 좋지 듯하다.
사실 스튜디오 예능으로 60분 분량은 버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70분으로 특별 편성된 이날 방송은 외려 15분 방송에는 채 담을 수 없던 영수증 심층 분석과 새 코너들로 가득 찼다.
포문을 연 것은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절약 후기였다. 앞서 김생민이 언급했던 절약 방식들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공개됐다. 소화제 가격을 아끼기 위해 단체로 점프를 하는 모습, ‘영수증’의 슬로건인 ‘돈은 안 쓰는 것이다’로 가훈을 교체했다는 사연들이었다.
의뢰인의 영수증을 분석할 때는 김생민과 함께 한 김숙, 송은이의 찰떡 호흡이 빛났다. 15분 분량일 적에는 편집될 수밖에 없던 차진 멘트들이 프로그램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또 신설된 코너 ‘출장영수증’을 통해서는 연예인들의 영수증 자문으로 흥미를 끌었다. 이른바 ‘간절함’이 있는 연예인 친구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구매 목록과 소비패턴을 분석해 경제 자문을 해주는 ‘영수증 과학수사대’의 활약은 신선했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 시청률은 4.8%. 일요일 아침 전통의 강호 MBC ‘서프라이즈’에도 밀리지 않은 성적이다. 심지어는 수요일 재방송이 동시간대 방송된 SBS ‘내방안내서’의 정규 방송 시청률을 꺾을 정도다. ‘국민 통장요정’으로 거듭난 김생민과 그에게 전성기를 안겨 준 ‘영수증’, 그 기적의 신화는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