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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드라마 리메이크 주고 받는 韓日

(사진=KBS, MBC 제공)
(사진=KBS, MBC 제공)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일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이전에는 사회 분위기상 일본 문화 향유가 암암리에 이뤄졌고, 표절도 횡행했다. 주로 수입됐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의 이름 등을 바꾸는 등 한국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SBS ‘101번째 프러포즈’, MBC ‘하얀거탑’, KBS2 ‘꽃보다 남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옴니버스식 구성이나 만화적인 분위기 등이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역수출을 노리는 경우도 있었다. MBC ‘장난스런 키스’와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한국에서 흥행에 참패했으나 아시아 및 유럽 일부 지역에 수출되며 쏠쏠한 부가 수입을 얻었다.

최근까지도 다양한 일본 드라마들이 우리나라에서 재탄생됐다. 현재는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tvN ‘마더’가 방영 중이다. 연내에는 후지TV에서 만든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최고의 이혼’ 등이 제작 및 편성을 논의 중이다.

(사진=tvN 제공)
(사진=tvN 제공)

재밌는 것은 일본에서도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KBS2 ‘겨울연가’나 MBC ‘대장금’ 등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그대로 수입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내용만 취하고 일본인들이 만드는리메이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tvN ‘미생’은 후지TV ‘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동명의 드라마로 TBS에서 재창조됐다. 이외에도 tvN ‘시그널’이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다.

양국이 리메이크를 선택한 공통적 배경은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고갈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지만 새 이야기를 개발하는 데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때문에 흥행에 성공한 옆 나라의 인기 드라마는 제작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하지만 문화 내수 시장이 탄탄한 일본에서 단순 수입이 아닌 리메이크에 나섰다는 점은 좀 더 주목해 볼 만하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한류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범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을 시사한다. 일본 내 한류는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또 이처럼 문화적 비대칭 관계였던 양국이 ‘리메이크 주고 받기’ 단계까지 왔다는 점은 아시아 문화 산업의 패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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