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국기행'이 진안의 다락방과 벽장이 있는 서이재와 서산 아버지의 집 청운재 등 오랜 촌집에서 자신만의 꿈을 찾은 이들을 만나본다.
13일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에서는 미처 알아보지 못한 행복을 촌집에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라북도 진안군, 20년 전 은사님이 살던 한옥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는 황지호 씨. 그는 결국 5년 전 그 집 ‘서이재’ 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한옥 사랑. 이젠 무너뜨린 오랜 촌집들의 고재를 창고에 고스란히 모아두고 새롭게 다시 재건할 날을 꿈꿀 만큼, 한옥 마니아가 됐다.
오늘은 한옥 사랑의 시작이었던 서이재를 처음 수리할 때 더했던 부엌 마루를 걷어내는 중이다. 한옥에 대해서 모를 땐 뭐라도 하나 더하는 것이 한옥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거다 싶었지만, 살다 보니 한옥의 진짜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은 빼는 것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지켜낸 것이 비스듬하게 가운데로 기울어진 툇마루고, 나무판을 하나씩 일일이 빼내야 열리는 곡광이며, 밀주를 감춰두는 비밀 창고인 벽장이다.
하지만 지호 씨가 가장 사랑하는 딸, 정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따로 있다. 바로 한옥 옆에 지호 씨가 직접 설계한 별채의 작은 도서관이다. 온벽을 빼곡하게 채운 책장 따라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이 나타나고, 그 안엔 천창까지 달린 정현이만의 아지트가 있다. 한 남자의 아지트에서 이젠 한 가족의 아지트로 탈바꿈한 그 남자의 한옥 ‘서이재’를 만나본다.
충청남도 서산시, 아버지가 직접 지었던 촌집에서 행복한 꿈을 꾸는 남자가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그 집 탈출하는 게 꿈이었다는 박민용 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0년간 비워놓았던 촌집을 결국 지난해 수리하기로 맘먹었다. 사람들은 뜯어말렸던 그 일 시작하고 나서, 민용 씨가 가장 많이 마신 것이 세상의 모든 먼지. 추억이 담긴 서까래부터 툇마루까지 다 살리고 싶은 욕심에 본인이 직접 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군분투 끝에 다시 사람 사는 집으로 재탄생한 촌집의 이름은 청운재. 그만의 촌집 수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주말을 맞아 청운재를 찾은 민용 씨. 그런데 조수석에 고이 태운 동행이 사람이 아니라 항아리다. 푸른 구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의 청운재는 푸른 꿈이 없는 사람은 출입할 수 없는 민용 씨만의 꿈의 동굴. 민용 씨는 시골집에 올 때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모셔온 항아리는 앞 정원의 분위기 있는 화분으로 거듭날 예정. 항아리 아래 구멍을 뚫고 흙을 넣으면 겨울에도 푸르른 신우대의 보금자리가 완성된다. 두 개의 방을 터서 만든 안채는 갤러리 겸 작업실이다. 그곳엔 꽃 같은 글씨들이 한가득. 캘리그라피 작가이기도 한 민용 씨는 오늘도 청운재에서 푸른 꿈을 몽글몽글 피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