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코리아'의 열번째 에피소드 '짐승'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KBS 1TV는 25일 KBS1 '모던코리아'는 영화감독 정재은의 '짐승'을 방송했다. '짐승'은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서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1990년대 한국사회는 여성들에게도 큰 변화의 시기였다. 민주주의의 확대와 급속한 경제 성장은 여성들에게 경제 활동을 권유했고 아침 프로그램에는 여성학자들이 출연하기 시작했고, 주부들의 세일즈 성공담이 이어졌다.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의식도 점차 고조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미디어 속 이미지와는 달랐다. 여성들은 가부장적 인습 속에 잔존한 폭력에 직면해야 했다. 뉴스에서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인신매매, 납치, 유아성폭행 등 여성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밤은 가로등조차 없이 어두웠고 여성은 아직 민주사회의 주체가 아니었다. 국가폭력의 시대에서 일상적인 폭력의 시대로 폭력의 프레임은 변화하고 있던 때였다.
1991년 9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21년 만에 찾아가 살해한 '김부남 사건'의 피의자는 최후진술에서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1992년 10여년 동안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남자친구와 함께 살해한 '김보은 사건'의 피의자는 "나는 짐승 같은 삶을 살았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인간을 표현할 그 어떤 마땅한 말조차 없었던 그때, 짐승이라는 말은 그들이 말할 수 있는 최고의 혐오표현이었다. '짐승'은 시대적 언어였다.
드라마는 달랐다. 여성이 주인공인 다양한 이야기가 많았다. 성폭행과 그로인한 순결의 상실에 대한 고민, 가족에 의해 강요된 결혼과 자유연애에서의 갈등,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차별, 가정 폭력과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질문들이 드라마에는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의 드라마에는 '모던 코리아'의 여성들이 가부장의 젠더 폭력에 어떻게 좌절했고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남아있었다. 한편으로는 여성문제를 들여다보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성폭행의 자극적인 묘사에 목적이 있는 연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