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강릉 주문진에서 묵호와 삼척까지, 바닷길 따라 만난 풍성한 밥상 진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고향의 맛을 찾아간다.

새벽 세 시, 칼 한 자루만 있으면 먹고산다는 황금어장 주문진의 바다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창규 선장을 따라 칠흑 같은 바닷길을 달리다 보면 해가 떠오르고 어두웠던 바다도 제 빛을 찾는다. 잠시 후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것은 홍게! 홍게는 최대 수심 1,400m에서 잡아 올리기 때문에 살이 많고 달다. 그물 작업 중이던 이 선장이 즐거워하며 홍게 한 마리를 보여주는데. 바로 크기부터 무게까지 범상치 않은 ‘박달 홍게’다! 또 천 마리에 한 마리 나올까 말까 하다는 홑게도 만나본다. 탈피 전인 홑게는 회로 먹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묵호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는 말은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다시 잔뜩 잡히기 시작했다는 동해 오징어! 10년 전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오징어가 가득했다는 묵호항엔 ‘신랑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라는 말이 있었단다. 묵호에서 오징어 덕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할머니 삼총사가 반가운 풍어 소식에 오랜만에 어판장을 찾았다. 좋은 오징어를 골라내는 할머니들의 눈썰미는 여전히 발군이다. 친구이자 올케와 시누이 사이라는 할머니들을 따라 묵호 게구석길 언덕을 오르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오징어 덕장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변함없는 속도와 솜씨로 오징어를 손질해 덕장에 넌 할머니들은 오래전 덕장 일로 바쁠 때 먹었던 음식들을 만들어본다더니, 손질 안 한 오징어를 잘 씻어 그대로 찜솥에 넣는다. 5분 뒤 열어본 솥 안엔 오징어통찜이 통통하게 익어있다. 내장과 함께 먹는 오징어통찜의 녹진하고 진한 맛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는데. 그 밖에 오징어 덕장 사람들의 오랜 ‘패스트푸드’ 오징어물회와 내장까지 알뜰히 먹는 오징어이리(내장)탕과 오징어똥(간) 빡작장까지 맛본다.

강릉 안반데기에서 만난 향토 요리연구가 신은하 선생과 그 제자인 김세경 씨와 조용현 씨는 어딘가 들떠있다. 바로 이맘때만 만날 수 있는 귀한 향 채소인 누리대(누룩치)를 뜯으러 왔기 때문이라고. 누리대를 고추장에 박아뒀다가 밥 위에 얹어 먹는 누리대장아찌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찐’ 강릉 향토음식! 일 년에 딱 한 달,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물가에서 뜰채로 떠서 잡을 수 있는 부새우(난바다곤쟁이)도 이곳 사람들은 조림으로 먹는단다.


1940년대부터 매일 아침 열려왔다는 삼척 번개시장. 그곳에서 만난 김홍련 할머니와 함께 시장 구경을 해본다. 크기에 놀라는 부시리와 대문어 등 없는 게 없는 번개시장이지만 이곳에서 이맘때 안 먹으면 섭섭한 생선이 있다는데. 바로 꽁치다. 꽁치를 그물로도 손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잡아 올렸다는 정라진(현 삼척항)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홍련 할머니를 따라 정라진 언덕 나릿골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