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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X웨이브 리뷰]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생존자는 끝까지 살아남아 살아간다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성폭력을 다룬 많은 드라마는 생존자들이 생존 이후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무너지는지에 대해 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생존자들은 괴롭고 우울한 평면적 인물로만 묘사된다. 여기 이러한 드라마들과 달리,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생생하게 그리는 드라마가 있다. HBO와 BBC의 합작 드라마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다.

드라마는 성폭행을 당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주인공 이사벨라가 데이트 문화와 성적 합의, 성 해방과 성 착취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내용을 담았다. 드라마는 생존자들도 그전과 동일하게 생생한 여러 감정을 느끼며, 그 이후에도 계속해 삶을 살아나감을 잘 보여준다.

신생 작가 이사벨라는 이탈리아에서 만난 마약상과 일탈을 즐긴 후 영국으로 돌아온다. 글을 쓰기 위해 이탈리아에 갔지만, 작업은 아주 많이 남은 상태. 영국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정말로 글을 써야 하는 시점이지만, 친구의 전화에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을 마시러 나간다. 친구들과 다 같이 어울렸던 마지막 기억 이후, 눈을 뜬 이사벨라는 무언가 이상하고 낯설다.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그러던 도중 한 남자의 잔상이 떠오르고, 이건 내 머릿속의 환상이라고 자기 자신을 세뇌하지만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 증거도 없고, 기억도 명확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 날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이사벨라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드라마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는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성폭행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약물에 의한 성폭행, 동성애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스텔싱 등 다양한 성폭행의 양상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너무나 무거워 입을 떼기 어렵지만 그런데도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는 용감하게 그 사이에 들어가 이야기한다. 증언하고 연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드라마는 계속해 이사벨라의 시선에 집중한다.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지도 않고, 오히려 개방적이었던 그녀가 사건 이후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중압감을 느끼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기 위해 계속해 노력하지만 기억이 없어 분노를 느끼는 이사벨라, 일상 회복을 위해 힘쓰는 이사벨라, 증언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기대를 받는 이사벨라. 드라마는 다양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캐릭터의 생생함을 만들어낸다. 특히 마지막 화에서 이사벨라의 대처는 드라마의 대미를 완성한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사건들을 전개하면서 현대 사회의 교차성을 보여준다. 이사벨라는 흑인이며, 여성이고, 가난하게 자라왔다. 그녀는 자라오는 동안 많은 불공평에 마주쳤지만 그러한 일의 대부분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기보다는 흑인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었다. 그녀가 생각한 자신의 삶은 그러한 것이었다. 한 번도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흑인이라는 정체성보다 더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성폭행 이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사벨라는 이전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여성의 삶을 주목하게 되면서 자꾸 자기 자신을 검열하게 된다. 이러한 이사벨라의 이야기는 하나의 정체성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 절대 사라질 수 없는 모순 속에서도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 사회 속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드라마 속에서 분위기에 맞춰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예술적이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부터 리틀 심즈(Little simz)의 'picture perfect', 티에라 왝(Tierra Whack)의 'Only child'까지 힙합부터 가스펠, 록까지 다채로운 음악들이 드라마를 장식한다. 이사벨라 역을 맡고 극의 각본을 쓴 미케일라 코얼이 직접 선정한 음악도 다수다. 배우이자 각본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드라마 속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이사벨라를 맡은 미케일라 코얼이 직접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했다. '츄잉 검'를 통해 이미 뛰어난 연출을 보여주었던 코얼이 다시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고, 그려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매력적이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는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에미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코얼은 이 드라마로 에미상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는 이외에도 영국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BAFTA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각본상,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팝스타 아델이 제일 사랑하는 드라마로 꼽기도 한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민지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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