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배우 길은성의 시작은 편의점에서 우연히 본 영화 잡지였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훑어봤던 잡지에서 눈에 띈 오디션 공고가 길은성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 공고를 사진 찍어서 집에 돌아와 이메일로 접수를 했어요. 캐스팅이 됐죠. 운도 많이 따라줬어요. 그때부터 쉼 없이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캐스팅 운도 많이 따라줬죠."
2008년 개봉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다. 34회차 촬영 계약을 하고 떠난 중국에서 길은성은 특유의 넉살을 발휘하며 스태프, 배우들과 동고동락했다. 촬영이 비는 날 스태프들도 찾지 못한 식당과 축구장, 실내 수영장 등을 찾아내기도 했다. 결국 김지운 감독의 눈에도 들기 시작했다.
"당시 배우들 사이에 농담처럼 '살생부'라는 것이 있었어요. 아침에 감독님이 부르면 그 배우는 그 날이 마지막 촬영인 거예요. 그런데 저는 끝까지 살아남았어요. 거의 63회차를 찍었어요. 스태프들은 저를 가리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오래 찍은 놈'이라고 불렀을 정도였어요. 하하."
당시 배우 이병헌의 매니저이자 현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와도 '놈놈놈'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놈놈놈' 끝난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길은성이 배우의 길을 계속 가야 할지 고민할 때, 우연히 손 대표를 만났다. 길은성의 새로운 둥지이자, 두 번째 출발점이 BH엔터테인먼트를 만난 순간이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찍고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었어요. 그러면서 나이 문제 등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 근심들이 쌓여갈 시점에 손 대표님을 다시 만난 겁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들으시더니 '배우 포기할 거 아니면 나랑 같이하자'라고 제안해주셨어요. '배우계의 대기업'에 입사 제안을 받은 거잖아요. 바로 '감사합니다'가 나와도 모자란 상황인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일주일만 생각해보겠다'라고 했습니다. 하하."
BH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기 전, 길은성은 배우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 상황을 야속하게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지금, 그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항상 다짐하고 있다.
"위보다는 밑을 바라보는 배우가 되려고 합니다. 저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연기를 계속해서 하시는 배우들도 많고, 어렵게 배우를 준비하는 지망생들도 많아요. 항상 그분들의 열정을 기억하면서 제가 지금 얼마나 감사한 위치에 있는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절대 허투루 살 수가 없어요.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며, 초심을 유지하면서 묵묵히 제가 맡은 일을 해내는 그런 노력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