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카지노 속 역할의 크기와 노출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야기의 주된 흐름에서 없어서 안 될 인물들을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손은서의 말처럼 좋은 작품 속 캐릭터들은 극의 비중과 관계없이,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시즌2 공개일에 앞서 만난 '소정씨' 역의 손은서도 그랬다.
손은서는 '카지노' 시즌1에서 필리핀 카지노 왕 차무식(최민식) 일행과 엮인 호텔리어 김소정을 연기했다. 김소정은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이동휘)과 필립(이해우) 사이를 오가며 위험한 욕망을 채워가는 캐릭터다.
"작품마다 임팩트 있는 인물들이 있거든요. 물론 주인공도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 기억 속에 얼마나 남는가인 것 같아요."
손은서는 '카지노' 시즌1 4회부터 7화까지 등장한다. 시즌2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 속 김소정의 비중은 작다면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 '김소정'은 과감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이해우와는 진한 베드신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손은서는 과감한 노출 연기로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소모적인 노출이 아닌 '김소정'이란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신이었다"라며 "'카지노' 속 모든 인물이 각자의 욕망이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소정은 고 회장(이혜영)이 카지노에서 딴 돈 100억 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뒤 달아난다. 그러나 탐욕의 끝은 비참했다. 끝내 100억 원을 갖지 못한 채 의문의 괴한에게 죽으면서 '카지노'에서 하차하게 됐다. 하지만 손은서는 "앞으로 시즌2에서 펼쳐질 사건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었기에 크게 아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손은서는 '카지노'를 통해 최민식을 만나, 그에게 왜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손은서는 연기에 대한 최민식의 열정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민식 선배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배우들끼리 같이 대본을 연구하는데 누구보다 내용을 잘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큰 줄기를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서도 후배들에게 편한 대로 하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시죠.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연기뿐 아니라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손은서는 2005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18년 차를 맞이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도 불리는 20~30대 시절을 배우로서 보낸 것이다. 그는 "데뷔 초반에는 목표와 다음 계획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카지노' 역시 그런 가치관을 유지하다 만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데뷔 초반에는 최대한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어요. 또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지나치게 신경 썼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요.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