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17차례 옥고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꺾이지 않은, 불굴의 삶을 살았던 초인 이육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1941년 3월 27일, 서울 명륜동의 한 집안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날은 옥비 할머니가 처음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먼저 낳은 두 아이를 홍역으로 잃고, 늦둥이 딸을 얻게 된 옥비의 아버지는 아침부터 어린 딸을 안아주고, 놀아주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보다 엄격했지만 옥비에게만은 자상했던 아버지. 그러나 옥비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만 세 살이 될 무렵, 옥비가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은 8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고 한다. 옥비 아버지는 윤동주 시인과 함께 민족의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꼽히는 시인 이육사였다.
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얼굴, 상냥한 눈빛과 조용한 말씨를 지닌 이육사는 신석초와의 만남 이후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신석초 역시 이육사의 권고와 격려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 두 시인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매일같이 만나 함께 시를 쓰고 술잔을 기울였던 두 사람이지만 이육사는 평생의 지기였던 신석초에게조차 밝히지 못한 비밀을 품고 있었다.
1943년 1월 1일 아침. 하얀 눈이 세상을 뒤덮은 날, 이육사는 친구 신석초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중국으로 떠난 이육사. 이것이 신석초가 기억하는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사랑하는 어린 딸과 친구를 두고 이육사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중국땅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