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 25일 방송에서는 멸치김치찜&멸치쌈밥, 젓새우&젓국갈비, 깨강정&메밀전 등을 완성하는 특별한 재료들을 소개한다.

보령 오천항에서 뱃길로 4시간 남짓 달려간 곳. 올해로 44년차 멸치잡이 어부인 박대철(67세) 씨는 벌써 한 달 넘게 배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마다 멸치가 돌아오는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아버지와 손발 맞춰 일하는 사람은 매일 같이 운반선을 몰고 오는 아들 박성기(46세) 씨. 요즘은 바다 사정이 좋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데. 이들이 잡는 건 멸치 중에서도 가장 작지만 가장 비싼 ‘세멸’이다. 150m나 되는 거대한 그물로 끌어 올린 멸치는 부패를 막기 위해 100도가 넘는 뜨거운 물에 데치듯 삶는다. 능숙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돕는 아들 성기 씨는 서울에서 알아주는 모델로 일했지만, 형편이 어려워진 부모님을 위해 15년 전 귀향을 선택했다. 뱃일만은 안 된다고 말리던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에게 바다에 그만 나오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단다.
바다에서 고생한 성기 씨를 위해 어머니 이금난(67세) 씨와 동생 박성은(45세) 씨가 한 상을 준비했다. 멸치 중 크기가 가장 큰 대멸을 훈연해 비린 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끌어 올린 육수에 곰삭은 김치를 넣고 끓이면, 금방 맛 좋은 밥도둑 멸치김치찜이 완성된다. 어머니 요리 솜씨를 빼닮은 동생 성은 씨가 준비한 멸치연근전과 멸치쌈밥도 별미다. 어릴 적부터 먹던 멸치다진양념을 넣은 멸치쌈밥은 느끼한 맛 하나 없이 매콤해 힘든 뱃일의 피로를 달래준다. 평생 멸치로 가정을 일군 부모님의 노고와,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인 가족 간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제철 멸치 밥상을 만나 보자.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제철 수산물로 들썩이는 한 수산시장. 젓새우잡이 배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이정임(67세) 씨가 시장을 찾았다. 가을에 잡히는 껍질이 얇고 크기도 작은 젓새우로 ‘추젓’을 담기 위해서다. 젓새우와 새우젓 국물로 맛을 낸 젓국갈비로 가을걷이로 바쁜 이웃들에게 한턱을 낼 계획이다. 젓새우와 돼지 갈빗살,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다가 새우젓 국물로 간을 하면 깔끔하고도 시원한 강화도 향토 음식 젓국갈비가 완성된다. 평범할 수 있는 뭇국도 젓새우를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여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면 제철 별미가 된다.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에 강화 토박이 손님들은 추억의 맛에 빠져들고 정임 씨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이웃들을 위해, 작지만 풍성한 맛을 내는 새우젓으로 차려낸 따뜻한 밥상을 만나 보자.

오늘은 민영자(89세) 씨가 볕 좋은 가을 햇빛에 일주일 정도 바짝 말린 참깨를 터는 날. 함께 마을 가꾸기를 하며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이웃사촌들이 함께 모였다. 햇참깨가 나오는 흔치 않은 날, 일도 돕고 가장 연장자인 민영자 어르신께 요리도 한 수 배울 계획이다. 꿀과 설탕을 적절히 넣고 졸인 양념에 깨를 골고루 묻혀 모양을 잡은 깨강정은 다른 음식에서는 고명 역할을 하던 깨가 주인공인 음식이다.
천양희(58세) 씨는 들기름을 둘러 메밀전을 부쳐낸다. 들기름과 메밀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이 메밀전은 양희 씨가 남편을 위해 자주 해 주던 음식이라 가장 자신 있는 요리란다. 양희 씨는 내친김에 집안에서 내려오던 요리법으로 백숙을 준비하고, 닭 육수에 고소한 깨죽도 끓여낸다. 고소한 냄새로 코가 먼저 즐겁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입도 즐거운 밥상이다. 늘 다른 음식을 빛내던 참깨를 주인공으로 차려낸 한 상을 만나 보자.

